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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명절 문화_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_20810926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
■ 명절 문화
해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 돌아오면 우리 가족들은 서울에서 고창 형님 집 까지 8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명절을 쇠러 다녔습니다. 평소에 버스가 지체되면 지루하고 짜증이 나던 것이 명절에는 아예 처음부터 늦으려니 생각을 해서 그런지 전혀 짜증이난다거나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명절 고향 버스 안은 그 자체가 여행지였습니다. 삶은 계란과 간식 등에다 평소에 엄마가 절대로 사주지 않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까지 먹을 수 있는 버스 안은 그야말로 해방구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중간에 떡볶이 등 먹을 것이 시글시글한 마술 같은 휴게소라니!!!
그렇게 고향에 도착하면 멀리서부터 어머니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먼저 우리를 반겼습니다. 그리고 분주하게 추석 음식을 장만하는 형수님과 옆에서 엄마를 돕고 있는 조카들도 반색을 하였습니다. 형님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지만 조카들 줄려고 이미 용돈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셨고요.
가부장문화에서 명절에 고향에 가는 것이 남자들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댁에 가기 전 몇 주 전부터 가슴에다 맷돌을 달아 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제 아내 경우에는 명절증후군을 한 번도 앓아보지 않았다고 본인 스스로가 말을 합니다. 실제로 아내는 시댁에 가는 것을 마치 소풍가는 것처럼 즐겁게 생각하고 평생을 살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가 가사 일에 서툰 것이야 당연한 사실인데 형수님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제 아내와 같은 경우는 희소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명절증후군이 점자 옅어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문화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명절을 시댁과 친정 번갈아 가면서 쇠면 어떨까요? 저는 아직 미혼인, 두 아들과 막내딸이 한 번은 시댁에서 한 번은 친정에서 명절을 먼저 쇠면 어떨까 제안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명절 가사노동과 놀이문화를 개선하면 좋겠습니다. 조리와 설거지를 가족 모두가 분담한다든가 심심풀이로 윷놀이나 고스톱을 칠 때 잔돈들이 오가면 딴 사람이 그 돈을 집안의 어른에게 드린다든가 아니면 어려운 이웃돕기에 사용한다든가 하는 것 말입니다. 명절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즐거워야 하고 소외된 이웃에게도 조금이나마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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