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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멀미하는 삶_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김요수 감사실장_20180914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김요수 감사실장
■ 멀미하는 삶
희순이는 차만 타면 멀미를 했습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토하기도 했지요. 그러니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고, 여행이란 말만 나와도 넌더리를 냈습니다. 멀리 사는 친척이나 동무들은 찾아와야 만나고, 관광지는 인터넷으로 둘러봤습니다. 멀미를 해본 사람만 그 아픔을 압니다.
할머니는 ‘싸돌아다니지 마라는 하늘의 뜻이여’, 숙명처럼 받아들이라고 말했고, 그걸 안타깝게 보던 아저씨는 ‘운전을 배워 봐’, 운명을 바꿔보라고 했지요. 운전을 배운 뒤로 희순이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멀미는 씻은 듯 사라졌고, 지금은 차를 몰고 곳곳을 싸돌아다닙니다. ‘돌아다닐 세상이 좁지 내 마음이 좁은 게 아니야’ 하면서 웃음엣소리를 할 정도입니다.
창훈이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정신없이 빠져듭니다. 자료를 찾고, 정리해서 표를 만들어 벽에 붙여놓습니다. 밥 먹는 일이나 잠자는 일을 잊어버릴 때도 있지요. 그럴 때는 어지럽다는 말을 자주 하고, 눈을 감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 또한 저는 멀미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에 흠뻑 젖어있어도 아플 때가 있으니까요. 창훈이는 준비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밝고 환하게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합니다. ‘내가 어떻게 이 일을 해내는지 지켜보셩’ 하면서 룰루랄라 흥얼거릴 정도입니다.
저도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멀미를 하는데 제가 운전하면 멀미를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준비하다가 풀리지 않으면 어질어질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멀미 증상은 감쪽같이 사라지지요. 운전사나 선장은 멀미를 하지 않습니다. 멀미를 왜 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그러는 건 아닐까요? 갈 곳도 알고 가는 길도 아니까 머리가 어지러울 일이 없지요. 미리 생각하여 가늠하고, 몸이 그 일을 대비하니까 멀미하지 않는 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도 목표를 세워서 가는 길을 잡고, 그에 맞는 실천을 하면 멀미하지 않습니다. 목표도 없고,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어제와 똑같이 살면 운명은 바뀌지 않고, 바꿀 수도 없습니다. 멀미만 하고 있지요. 목표가 없으면서 남의 삶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이나 하고, 준비하지 않으면서 ‘좋네 궂네’ 투덜거리면서 남의 흉이나 보고, 실천하지 않으면서 ‘이런 치~, 저런 치~’ 짜증만 내서야 되겠습니까?
멀리 보고 큰 틀을 짜면 어지러운 멀미가 온 데 간 데 없어지지요. 내 삶의 운전대, 그러니까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가면 흔들리지도 않고, 멀미도 하지 않습니다. 멀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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