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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라운드업_학사농장 강용 대표_20180831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학사농장 강용 대표
■ 라운드업
2010년 개봉한 영화 중 ‘라운드 업’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라운드 업은 ‘일망타진’ 한다는 뜻으로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정부가, 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를 위해 싸운 유태인들을 배신하고 2만4천명을 강제로 체포해, 나치의 수용소로 보내면서 공범자임은 감추고 싶었던 역사에 대해 프랑스의 솔직한 고백과 반성의 영화입니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요즘 세계 농업계는 ‘라운드업’ 이라는 제초제의 소송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1996년 GMO로 유명한 다국적기업 몬산토는 모든 녹색식물을 일망타진하는 라운드업 제초제와 그 농약에 거의 유일하게 죽지 않는다는 GMO 콩 종자를 세트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운드업의 주 성분은 ‘글리포세이트’라는 화합물 입니다.
초강력 제초제와 유일하게 생존가능한 GMO 콩종자의 궁합은 자본과 효율이 중시되던 미국농업에서 짧은 시간에 90%가 넘는 종자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생태계 파괴와 암 기형 자폐 불임 등 수많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고,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17명의 과학자들의 실험을 근거로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많은 세계적 과학자들도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고를 무시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늘 무해하다는 연구와 홍보가 퍼져나가고, 생태학살임을 주장하는 세계각지의 힘없는 반대 단체들의 외침은 그저 늘 과장된 외침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학교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노동자가 글리포세이트로 인해 암에 걸린 것이 인정된다며 몬산토에 무려 2억89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26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현재 제기된 소송이 약 5천건이 넘습니다.
세계 식용 GMO 수입 1위로 약 220만톤을 수입하고, 제초제 사용량도 거의 제약이 없는 우리나라 역시, 식약처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 심지어 방송에서 맛 칼럼리스트라는 사람까지 안전하다고 강조했고 때로는 강요까지 해왔습니다. 이 판결을 보고 국가는 또 그분들은 어떻게 말할지 참 궁금합니다. 수많은 세상의 경고를 무시하고, 유해성을 알면서도 숨기고 뿌린 일들은, 결국 스스로에게 재앙으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웬만한 국가보다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기업일지라도 본질을 인정하지 하고, 깨진 유리창을 테이프로 땜질하려는 한심한 대책들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영화 ‘라운드업’과, 잘못의 본질은 놔둔 채 땜질만 하는 ‘라운드업’의 징벌에 대한 박수의 차이를, 지금 우리 정부와 정치가 꼭 교훈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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