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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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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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광주학을 보고싶다_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 겸 발행인_20180823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3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겸 발행인

■ 광주학을 보고 싶다

오는 9월6일부터 경기도 수원에서 열리는 한국지역도서전을 준비하면서 수원시내를 자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행궁과 화성, 수많은 문헌사료 등 학문을 사랑했던 어진 임금 정조가 남긴 유산들은 정말 수원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될 만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놀랍고 부러웠던 장소를 발견한 곳은 선경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의 중심 2층 한가운데 너른 공간에 ‘수원학 자료실’을 꾸며놓았더군요. 수원에 관한 다양한 장르의 책과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류해놓았는데, 수원이라는 도시를 중심에 둔 인문학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수원 뿐이겠습니까? 서울, 부산, 경기, 제주와 같은 곳에는 이미 지역학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상당한 연구 성과들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전라도의 여러 도시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광주의 형편은 어떠한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군 단위의 작은 지역들은 우선 놔두더라도 유서 깊은 문화도시를 앞세우는 광주조차 지역학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있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얼마 전 광주문화재단이 향토학자 박선홍 선생님 추모 1주기에 맞춰 미진한 ‘광주학’에 시동을 거는 귀한 책 한권을 펴냈습니다. '광주학의 기원과 역사찾기'라는 책인데요, 광주를 바라보는 열 가지 시선이라는 부제를 붙인 광주학의 개론서 같은 겁니다. ‘광주학’을 유언으로 남기신 박선홍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후학들이 3년에 걸쳐 광주를 화두로 이야기를 나눠온 성과물이기도 합니다.

열 명이 필자로 참여한 이 책은 광주라는 도시가 일제에 의해 급조된 근대도시가 아니라 오래된 계획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게 해줍니다. 선사시대부터 마한, 백제, 통일신라,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남겨진 유적과 유물의 가치에 가슴이 뛰고, 오늘날 광주가 가진 정의로운 항쟁정신의 바탕이 되는 호남의 사상은 어떻게 흘러왔는지 밝혀줍니다. 도시공간의 변천사와 여러 시설들의 내력들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광주라는 도시를 어떻게 지키고 가꾸어야 하는지 올바른 방향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종범 교수는 “광주학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당당한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의식전환의 산물임에 틀림없다”라고 격정적인 서술을 하셨더군요. 그만큼 다급하고 할 일도 많다는 말씀입니다. 도시인문학, 지역학으로서 광주학의 위상을 세우고 또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각종 정책들에 광주학의 성과들이 반영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민관이 모두 광주학에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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