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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청바지, 여름휴가 그리고 과학문화_국립광주과학관 조숙경 박사_20180820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국립광주과학관 조숙경 박사
■ 청바지, 여름휴가 그리고 과학문화
이 즈음에는 어디를 가나 듣는 인사말이 있습니다. 여름휴가는 잘 다녀왔는지? 이번 휴가는 어디로 다녀왔는지? 등입니다. 어느 덧 우리 일상에 “여름휴가“가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좀 애매하고 궁색해집니다. 제대로 된 여름휴가를 가본 적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여름휴가“라는 단어를 너무나도 생소하게 느꼈던 특별한 기억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이전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그 존재감이 아주 미비했습니다. 일본과 중국, 그 사이에 있는 가난한 아시아 국가 정도로 인식되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 즈음 시작한 낯선 땅 영국에서의 유학생활은 모든 것이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는 점이었습니다. 뒷모습은 분명 20대 젊은 여성인데 앞에서 보면 주름이 가득한 60, 70대 할머니가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아! 이것이 바로 선진국의 모습이구나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영국 사람들은 1년 중에서 “여름휴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난한 유학생에게조차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 거냐며 물어왔습니다. “여름휴가”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당시에,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겨우 버텨내는 유학생에게 던져진 “여름휴가”는 아주 먼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8년 대한민국은 분명 선진국이 된 듯합니다. 1988년에 4,000 달러 수준이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30,000 달러로 급상승했습니다. 거리만 나서면 멋지게 청바지를 차려입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더 자주 만나게 되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어디든 원하는 곳은 언제든 갈 수 있는 여름휴가 상품이 연중 내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나라도 서구 유럽과 같은 선진국이 된 것일까요?
영국 젠틀맨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영화 “킹스맨” 에는 의미심장한 대사가 나옵니다. 바로 “Manner makes man.” 즉,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입니다. 젠틀맨의 본질은 값비싼 양복을 잘 차려입은 화려한 외형에 잇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매너에 있다는 말입니다.
매너는 무엇입니까? 매너는 열린 마음입니다. 자기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비판에 나를 개방하는 열린 마음입니다. 실증적인 증거와 데이터에 기반하여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태도입니다. 상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바로 과학의 정신이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때, 즉 과학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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