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듣기
광주MBC 라디오칼럼_혹서를 피하는 방법_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이동순 교수_20180808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이동순 교수
■ 혹서를 피하는 방법
햇볕이 강렬하다 못해 따갑습니다. 바람도 한 점 없습니다. 새들도 날지 않고, 모기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한번 내릴법한데, 이마저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밖에 나가기도 두려운,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염천의 더위는 우리들의 삶도 흔들어,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삶을 돌아보며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자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자연과 호흡하고 대화하며, 온갖 욕심과 허영을 버리는 시간 속에서 심신을 편안히 합니다. 한 여름 혹서를 피하는 휴가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습니다. 휴가를 준비하는 분주한 와중에도 시원한 그늘에 앉아 일상을 챙기는, 소소한 행복으로 휴가로 채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문득,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이덕무가 생각납니다.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홍대용, 박지원과 함께 서울 사대문 안 탑골 ‘백탑’ 아래 모여 시문과 선진사상을 논하였던 ‘백탑파’, 서얼출신인 그는 스스로를 ‘책벌레’, 혹은 ‘책 만 보는 바보’를 뜻하는 ‘간서치’라 이름 하였습니다.
그가 남긴 글에는 “오로지 책 보는 것만 즐거움으로 여겨, 춥거나, 덥거나, 주리거나, 병들거나 전연 알지 못하였다. 어릴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되도록 일찍이 하루도 손에서 옛 책을 놓아본 적이 없었다. 방은 몹시 작았지만 동창과 남창과 서창이 있어 해의 방향에 따라 빛을 받으며 글을 읽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또한 풍열로 눈병이 걸려 눈을 뜰 수 없을 때도, 동상에 걸려 손가락의 피가 터져도 여기 저기 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써댔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그의 책읽기는 일종의 광기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직에 나가지 못하는 서얼 신분의 그에게 책읽기는 ‘배고픈 것을 잊게 해주고, 추위를 잊게 해주며, 근심과 번뇌를 없애주며, 기침을 낫게 해준’ 것이었지만, 아마도 책읽기 안에서 자유로운 자신을 만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더운 여름을 이기는 좋은 방법으로 독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만, 가을이야말로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요, 자연과 대화하기 좋은 계절이며, 걷기 좋은 계절이라 할 것입니다. 때문에 가을은 독서보다는 나들이하기에 좋은 계절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더워서 헉헉거리기는 요즘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독서하기 딱 좋은 때라고 할 것입니다. 올 여름 휴가는 시원한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자기 자신을 만나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