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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연결사회 속의 인간관계_국립나주박물관 박중환 관장_20180802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진행 김두식
■ 국립나주박물관 박중환 관장
■ 연결사회 속의 인간관계
휴대전화를 분실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화기를 잃어버린 상실감 너머에 그동안 SNS로 이어져온 관계에서 일순간 해방된 묘한 홀가분함을 느낀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돌아보면 휴대전화라는 문명의 이기가 사람들과의 연결을 편리하게 해주는 동시에 사람들의 감성과 정신세계를 피로하게 만들어온 측면도 있었던 것임을 알게 됩니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성인들의 스마트폰 소지 비율이 94%였고, 인터넷 연결율 또한 96%로 단연 세계 최고였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사람끼리 밀접하게 연결된 최고 연결 사회라고 판단한 분석이 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빠르게, 가깝게 그리고 끊임없이 연결시키는 최고 연결사회에는 순기능뿐만 아니라 역기능도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된 관계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며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동안 SNS를 많이 사용해온 여성들, 특히 20대 젊은 여성들 가운데서 SNS를 중단하고 싶어하는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로빈 덤바라는 사회학자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사람이 진지하고 긴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대개 150명 정도라고 합니다. 사람의 사회적인 뇌용량이 감당할 수 있는 친밀한 인간관계의 규모를 말한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의 숫자와 규모가 적정범위를 넘어설 경우 그들 모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연결이 무한하게 늘어가는 정보화된 환경이 오히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옅게, 덜 소중하게 바뀌고 또 그속에서 사람들이 정서적 피로에 시달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 속에 흘러가고 추억 속에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옛 사람들 모두가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이라는 가상공간 속에 부활해서 24시간 손바닥 안에 늘 앉아있습니다. 터치만 하면 언제라도 연결할 수 있지만, 또 늘 그럴 수도 없는 특이한 환경 속에 우리가 놓여있습니다. 최고 연결사회라고 불리우는 이 그물망 같은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관계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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