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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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8일/ 김은희/ 평생을 배워야 산다

김은희 전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평생을 배워야 산다


대학가 근처에는 학생들이 즐겨 찾는 분식점부터 패스트푸드점, 각종 식당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최근에 새로 들어선 식당들에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시스템을 갖추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곳이 눈에 띕니다. 주문과 결제를 기계 앞에서 손님들이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소위 알바들이 해왔던 일을 이제는 주문결제 머신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사라져 가고 있는 일자리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한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겐 점심 메뉴를 머신 앞에서 고르고 결제하는 이 새로운 일쯤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중장년층들에게는 도와줄 수 있는 직원이 있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머신 앞에서 음식주문과 결제가 어색할 수 있겠네요.
OECD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자격은 직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자격과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산업전반에 걸쳐서 직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의 약 35%가 2020년까지 새로운 기술로 바뀔 것이라 합니다. 따라서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취업인력들의 재교육, 숙련의 필요성이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미래의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은 필수가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배워야 산다” 라고나 할까요?
이제까지는 청년시절에 입사해서 은퇴할 때까지 하나의 기술, 전문성에 주로 의존해서 평생 일해 왔습니다. 지금도 직장에서 재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이 제공된다고는 하지만,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의 절체절명의 상황 아래서 꼭 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은 그리 보이지 않습니다. 선진국들에 의해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진지도 벌써 한 세기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 사이에도 선진국이나 우리나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변화와 개선을 거듭해 왔습니다만, 지금까지의 특히나 평생 교육시스템은 현재의 시대변화의 속도에 비추어 볼 때는 사뭇 심각합니다. 이 추세로는 현실의 인력자원의 교육정도와 미래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자질과의 갭은 갈수록 커져서 심각한 노동시장의 질적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단순노동직도 머지않은 미래에는 컴퓨터로 자신의 일터에서 기기를 제어하는 능력이 교육되지 않으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몇몇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 갭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도 경력의 모든 단계에서 지속적인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개발하고 강화해할 것입니다. 청소년기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평생 학습체제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 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래에 필요한 자질과 기술을 갖추기 위한 실속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경력의 모든 단계에서 연계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도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옛말에 “배움에 끝이 없다” 했는데 어쩌면 우리 시대에 더욱 절실해지는 격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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