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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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칼럼_도시 프라하가 위대한 이유_국립광주과학관 조숙경 박사_20180709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3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진행 황동현 PD
■ 국립광주과학관 조숙경 박사

■ 도시 프라하가 위대한 이유

전 세계 사람들이 가보고 싶은 명품 도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유명한 건축물 때문에 혹은 맛있는 음식이나 축제 때문입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여행하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아마도 프라하라는 도시를 과학 때문에 여행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라하는 2500년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혁명을 일으켰던 과학의 도시입니다. 또 가장 극적인 두 사람의 만남과 그 만남으로 놀라운 성과가 얻어진 천문학의 도시입니다.
우리가 흔히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고 부르는 천문학 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두 사람의 천문학자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덴마크 귀족 출신 왕실천문학자 티코 브라헤이고 또 한사람은 과학 교과서에 법칙과 함께 이름이 등장하는 요하네스 케플러입니다.
이 두 사람은 우연하게 1600년에 프라하에서 만납니다. 당시 티코 브라헤는 유럽에서 가장 정확하고 방대한 천문관측 데이터를 가지고 있던 천문학계의 대부였습니다. 반면 케플러는 카톨릭에서 쫓겨나 갈 곳 없는 전직 수학교사였습니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무작정 티코 브라헤를 찾아가 바닥청소라도 하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신세였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사건이 벌어집니다. 갑자기 티코 브라헤가 죽게 됩니다. 그런데 임종의 자리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티코 브라헤는 뛰어난 그리고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제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생의 과업을 케플러에게 물려줍니다. 완전한 이방인이자 이제 막 만남을 시작한 애송이 천문학자에게 방대한 천문학적 관측 데이터를 남기고 떠납니다.
케플러는 그로부터 8년 동안 관측데이터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일에 매달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행성운동의 3가지 법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놀라운 역사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티코가 케플러를 선택한 것은 같은 지역출신이라서, 같은 학교출신이라서가 아닙니다. 또 자신과 친해서도 충성해서도 절대 아닙니다. 케플러의 수학적 재능을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케플러가 가진 전문가적 능력, 그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얼마 전에 광주시장을 비롯하여 새로운 리더들을 직접 선출했습니다. 그 혹은 그녀가 광주발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역사를 이루어내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이제 그 리더들은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을 찾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지역 발전을 이루어내고 싶다면 인재등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자신과 친하다고 해서,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혹은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등용해서는 안 됩니다. 열린 마음으로 능력 중심, 인물 중심으로 인재를 찾아야 합니다. 도시 프라하가 케플러를 알아보았듯이 광주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 있는 도시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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