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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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18일/ 이동순/ 우리이기 때문에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남북미 정상들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며 온 감각이 살아 움직인 것은 처음입니다. 섯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꿈이 현실이 되는 도정에 올라 있는 지금, 우리는 기대와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중입니다. 그러나 해방된 조국 앞에 희망과 기대로 쏟았던 함성이 분단으로 이어질 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또 다시 우리의 기대와 희망이 상상으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우리는 더 냉철하게, 차분하게, 분단의 역사를 하나 된 역사가 되게 온갖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듯이, ‘휴전선’이 평화의 길목임을 확인하였듯이, 우리가 걷어내야 할 ‘휴전선’입니다. 한 시인은 ‘휴전선’을 이렇게 읊었습니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중략)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박봉우의 「휴전선」부분, , 1956 신춘문예 당선작

조국의 분단을 처음으로, 그리고 정면으로 마주했던 시인은, 광주의 시인, 박봉우였습니다. 이 시를 쓴지 62년이 지난 지금,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을 잘 견딘 ‘촛불’의 힘은 ‘별들이 차지한 하늘만 끝끝내 하나’가 아니라 ‘우리도 끝끝내 하나임’을 확인하였고, 「427 판문점 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잡은 두 손의 힘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습니다. 시인이 세상을 떠날 때 까지 붙잡고 있었던 것은 ‘휴전선’을 걷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남북통일이었습니다.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나지 않게, 웃으면서 마주할 얼굴이었습니다. ‘휴전선’이 평화의 바람이 되어,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있는 얼굴과 얼굴로 통일의 길을 열어, ‘고구려 같은 정신’과 ‘신라 같은 이야기’를 쓰는 날을 고대하는 것은,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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