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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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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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80530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30~08:57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최은영
■ 진행 황동현 PD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할머니의 팥죽집

며칠 전에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 상가 2층에, 동화작가인 아내가 사용할 6평 자리 집필실을 마련하였습니다. 처음으로 독립공간을 갖게 된, 환갑이 다 된 아내가 무척이나 기뻐하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그런데 계약 과정에서 보여준 상가 주인 할머니의 마음 씀씀이가 저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계림시장에서 월세를 내고 팥죽집을 하다가, 60이 넘어 아파트로 이사를 왔고, 아내가 집필실로 사용할 상가 2층 공간을 사서 팥죽집을 하였답니다. 그러다 할머니는 10년 전에 팥죽집을 그만 두고,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5만원에 세를 놓았다고 합니다.
그후 할머니는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몇 번이 바뀌는 10년 동안에 한 번도 보증금을 올리거나 월세를 올린 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계림 시장에서 당신이 월세를 내며 장사를 하면서, 월세 내는 날이 너무나 빨리 돌아와 발을 동동거린 기억이 선해서 월세를 전혀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그 마음이 전해져서 제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그러면서 10년 전 제가 땅을 팔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집에서 먹고 싶은 것 많이 먹고 가고 싶은 곳 다니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편히 쉬라’, 는 의사의 말에 따라 병원에서 나와야 하는 말기 암 환자분들에게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할 요량으로, 2006년에 화순군 이서면 무등산 자락에 천 팔백평의 논을 샀습니다. 그런데 지혜학교 설립 자금이 턱도 없이 부족해서 그 땅을 팔아야만 했습니다. 저는 제가 샀던 원가 5만원에 그 땅을 팔았습니다.
태초에 땅은 주인이 없었습니다. 유대교에서는 모든 땅은 하느님의 것이라고 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은 50년 마다 그 동안 거래 되었던 모든 땅과 소유물을 원 주인에게로 돌려주는 희년 사상이 있었습니다. 봉건 왕조에서는 왕토사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모든 땅은 왕의 것, 즉 국가의 것이라는 사상이었습니다. 사실상 사회적 소유에 가깝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사회주의도 땅과 생산수단을 사회적 소유로 바라봅니다.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살아가는, 이 땅과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 조리지 않고 몸 누이고 배를 채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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