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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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15일/ 박중환/ 카네이션의 슬픔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오늘은 선생님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감사를 전하는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와대의 청원사이트와 사회관계망 곳곳에서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현직 선생님들의 아우성이 가득합니다. 열성과 사명감으로 학교 교단을 지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오늘날의 교권 추락에 대한 분노와 슬픔 때문입니다.

학생이 스승의 날 개별적으로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를 드리는 것도 위법이라는 부패방지법 즉 김영란 법에 대한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카네이션조차도 가지고 오지 말아라.'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 되는 선생님들의 자괴감이 느껴집니다.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선생님들은 불편함을 토로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가져온 음료수 캔 하나를 선생님이 받을 수 없다며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그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일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고 선생님들의 의욕을 되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지금 교육현장의 위급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 소를 잡아서 바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사에는 뿔이 반듯하게 나 있는 소 만을 써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농부가 비뚤어지게 자란 자기 소의 뿔을 쇠줄로 걸어 매서 바로 잡으려다 소가 죽어버린 일이 발생했습니다. 교각살우라고 하는 고사성어 이야기입니다.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소양을 균형있게 고루 기르도록 가르치는 것이 전인교육의 이상입니다. 자신을 위해 애써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과 훈련도 건전한 인성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린 시절에 배워야 할 공부의 하나입니다. 법조문의 내용 그 자체에 집착해서 법이 지향하는 정신과는 다르게 우리 사회를 메마른 사막처럼 만들어 버린다면 그것은 뿔을 바로세우려다 소를 죽인 교각살우의 잘못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일년에 하루있는 스승의 날 선생님에게 꽃 한 송이를 드려서 보은과 감사의 인사를 배우는 그런 풍경을 내년에는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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