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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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80521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30~08:57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최은영
■ 진행 황동현 PD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문화의 가치

1890년대 개항 전후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유럽 사회에 전한 신문에 프랑스 기자 드메의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유쾌하지 않지만 새겨들어야 할 부정적인 모습들이 먼저 나옵니다. ‘한양의 길들은 좁고 불결하고 구불구불해서 공기 순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선 사람들은 허영심이 많고 술을 좋아하고 욕심이 많은 편이며 돈을 펑펑 쓴다....... 지금도 수천만원, 경우에 따라서는 억대의 비용이 들어가는 한국의 결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럽 사람들의 눈에 조선은 그 때도 이렇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는 조선에서 가능성도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근대 도자기의 원조는 임진왜란 때 잡혀간 조선 도공들이었다. 조선 사람들이 만든 종이는 중국의 종이보다 질기고 우수하다. 조선 사람들은 유럽보다 적어도 150년이나 앞선 14세기에 세계 최초로 금속 활자를 개발한 영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의 선비들이 가진 문학과 학문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 등을 볼 때 이 사람들에게서는 분명 장점과 미덕이 느껴진다. 이들이 선진문명을 접하고 똑똑한 정부를 갖게 된다면 분명 풍요로운 나라를 이룰 것이다.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로 예측했습니다.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한국은 삼수 끝에 선진 경제부국의 상징인 30-50 클럽에 들어가게 됩니다. 5000만 이상 규모의 인구를 가지고 소득 3만 달러를 넘는 그룹에 드는 7번째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경험이 있는 나라로서는 첫 번째의 사례입니다.
암울했던 19세기 말 망국의 비탈에 서 있던 조선사회에서 유럽의 지식인이 발견한 희망은 무엇이었을까요? 뛰어난 종이와 도자기 제조기술, 금속활자와 학문에 대한 열정, 그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가진 문화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었습니다. 드메의 기사는 새로운 세기에 우리 사회가 어떤 지향점을 세워야 할 지 고민하는 데 참고할 만한 지침입니다. 문화가 이끄는 미래를 꿈꾸고 그 길을 가로막는 폐단들을 치우는 청사진을 그리는 일,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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