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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7일/ 김영주/ 여행 문화
- 모처럼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저렴한 여행이라 빡빡한 여정에, 복잡한 옵션에,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한 나들이였습니다. 제대로 기억하기엔 너무 많은 지식 정보 경험과 얘기들이라 기억도 메모도 스트레스였지만 필요하면 바로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편한 여행이 됐습니다. 최대한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자는 생각으로 만일을 대비해 준비한 죽•라면•고추장•된장도 고스란히 남겼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찍는 순간순간을 몰입해 보냈다는 것을 빼면 의미 있는 사진은 몇 장에 불과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세계는 너무 넓고 사람들이 너무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여행이 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 확인했고 어디에 살든 긍정적인 나의 혁신이 바로 행복한 삶의 조건임도 확인했습니다.
단체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 우리사회의 민낯이 드러나지요? 낯선 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고 소소한 불만과 의견, 갈등들이 난무하는 경우를 더러 봅니다. 여행에서 나와 우리를 되돌아보고, 남의 입장에 서보고, 겸손과 배려와 양보의 자세를 배우지 못하면 해와 독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양하고 풍부한 자연•역사•문화•예술을 접하며 편견과 아집, 그리고 잘난 체의 재료로 삼고, 몇 안 되는 일행과도 갈등하고, 부부간에도 다툰다면 여행을 왜할까? 의문이 많습니다. 단편적인 지식과 경험에도 주저하거나 겸손하지 않고 단정적이고 강한 주장으로 서로 양보 없는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에 거침없는 독선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행동임에도 말입니다.
여행지에 관한 지식•여행기•사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진정한 여행의 가치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세계인과 더불어 잘 사는 것과 이로 인한 여유와 행복이란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아직은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더 좋고 비싼 상품으로 여행한 것, 여행하며 얼마나 잘 난 척했느냐를 자랑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직은 여유 있는 휴식이나 재충전 등의 의미 보다는, 한 곳이라도 더 가보고 인증 샷을 찍고 왔느냐를 선전하는 상품이 많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중국 관광객과 비교해 우리가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낯 뜨거운 결례를 하고는 ‘스미마셍’ 일본사람 흉내를 내자며 우스개를 하는 한국 여행객들이 많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정말 인구 대비 세계 최대의 관광국이라면 세계인에게 부끄럽지 않고 여행품격도 갖춘 선진형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낯 뜨거운 무례 결례 불법을 저지르지 않음을 자랑하는 겸손하고 예의 바른 여행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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