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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즐거움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80409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4월 9일 월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듣는 즐거움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겸손의 가치를 가르쳐 주는 책으로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이 쓴 엘리아 수필집을 저는 기억합니다. 찰스 램은 사실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독서에 의해 문필가의 길을 걸었던 사람입니다. 때문에 그의 수필 곳곳에는 자신이 가진 짧은 학교 교육으로 인한 자기 연민에 가까운 겸손이 늘 배어 있습니다. 그는 글 속에서 깊은 학식과 배움이 없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풍자하듯 소개하면서 이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람이란 별 뾰족하게 아는 게 없어도 세상을 잘 살아가게 마련이다. 우선 어중이 떠중이들이 모인 곳에서는 별로 나의 무식이 탄로 날 일이 없다. 그리고 사람들이란 너나할 것 없이 늘 상대방의 지식을 내보이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제 자신이 아는 것을 나타내 보이지 못해서 조바심이 나 있는 상태이다.” 우리 인간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의 모습을 이 보다 더 신랄하게 꼬집은 말이 다시 있을까 싶습니다. 램이 지적했듯이 어느 곳이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먼저 발언권을 얻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당연한 현상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처럼 우스운 인간 군상의 모습이 또 없을 것입니다. 남의 말을 끈기있게 기다리며 듣지 못하는 것으로는 한국 사람들도 무척 두드러지는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외국계 기업 사람들에게 알려진 한국에서 기업할 때 주의해야 할 리스트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이런 항목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조급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못한다. 한국사람들과 협상이나 협의를 할 때는 이 점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들의 지적이 사실을 반영한 것인지 우리 주위에서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모두가 서로 말을 먼저 하지 못해 마음이 급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급해져서 미처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급함과 일방적인 자기 주장은 우리의 토론 문화를 황폐화시키고 사람 사이의 대립과 반목을 키우는 문화적 토양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남의 말을 듣는 즐거움에 자신을 맡겨보는 겸허함과 지혜로움을 한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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