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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에 묶인 사회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80402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4월 2일 월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자가용에 묶인 사회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얼마 전 네덜란드 왕실의 어린 공주가 학교에 등교하는 사진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의 딸 알렉시아 공주이야기입니다. 등에는 백팩을 메고 머리를 질끈 묶은 공주는 자전거에 달린 바구니에 책가방을 싣고 핸들을 잡고 서 있는 천진한 모습이었습니다. 여느 여고생과 다를 바 없는 소박한 그 모습에서 왕위 계승 서열 2위의 공주에게 있을 법한 특권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사진은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이동과 통행을 지나치게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교통문화 때문입니다. 알렉시아 공주가 자전거를 타고 매일 오가는 고등학교는 집에서 11km 떨어진 헤이그 시내에 있다고 합니다. 왕실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나 지방의 도시들을 가 보면 자동차보다 더 많은 자건거의 행렬에 놀라게 됩니다.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에 어린 아이들을 둘씩이나 태우고 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그들의 철학 같은 것이 느껴져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가까운 거리라면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것입니다. 우리는 빠른 산업화의 변화 속에서 지나치게 자가용에 의존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었고 이젠 그것이 몸에 베어서 바쁘지 않은 시간에도, 멀지 않은 거리조차도 자가용 자동차가 없으면 못 움직이는 체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적 풍요로움은 지금도 자전거를 즐겨타는 일본이나 독일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들에 미치지 못합니다. 자동차유지 운행 비용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문제는 경제적인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라고 하는 이 괴물이 과연 모두 중국에서만 날아오는 것일까요? 비만과 당뇨를 비롯한 성인병의 많은 부분이 걷기와 같은 운동부족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이미 상식입니다. 걷기 좋은, 그리고 자전거 타기 좋은 봄이 왔습니다. 깨끗한 공기와 저비용으로 얻는 건강과 넉넉한 가계 그 모두를 위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는 교통문화와 대중교통 사랑 그리고 자동차 함께 타기에 함께 할 일입니다. 그 길은 이 땅을 살기 좋은, 그리고 건강한 땅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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