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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의 잘못된 전략_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략사업단장_라디오칼럼_20180330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30일 금요일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략사업단장
■ 흥부의 잘못된 전략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략사업단장 - 흥부가 굶는 자식 먹이려고 놀부를 찾아갑니다. 놀부 마누라인 형수한테 밥풀 묻은 주걱으로 뺨을 맞습니다. 다른 뺨을 내밀며 ‘이쪽도 때려주시오’, 힘없는 사람의 가슴 아픈 이야기고, 힘 있는 사람에게 구걸하는 이야깁니다. 흥부는 뺨이라도 맞아서 자식을 먹이려는 전략이었지만 뺨에 붙은 밥풀로는 아이들을 배불리 먹일 수 없습니다. (흥부가 뺨을 맞는 전략으로는 세상을 이겨나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힘이 없어서 맨날 집니다. 돈 있는 사람과 싸워도 지고, 권력 있는 사람과 싸워도 당연히 집니다. 나이 많은 사람과 싸우면 나이에 지고, 젊은 사람과 싸우면 젊음에 집니다. 직장에서는 윗사람에게 지고, 오래 근무한 사람에게도 집니다. 상식이 있고, 규칙이 있다고 해도 이기지 못합니다. 일을 잘 모르는 사람이 큰소리쳐도 지고, 일을 못하는 사람이 우김질해도 집니다. 손윗사람이 눈만 흘겨도 지고, 손아랫사람이 들이대도 집니다. 달콤한 말로 알랑거려도 지고, 틀린 말을 자주 들어도 집니다. 원칙이 있고, 법이 있다고 하지만 이기지 못합니다. (힘이 약한 사람이) 힘 센 사람을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마음이 여린 사람은 힘을 가지고 있어도 집니다. 힘없는 우리는 왜 지고만 살까요? 늘 같은 방식으로 싸우니까 집니다. ‘같은 방식’이란 힘 센 사람이 정한 방식입니다. 힘 센 사람은 돈과 권력을 쥐고 있거나 돈과 권력을 쥔 사람과 친한 사람입니다. 다르게 싸워야 이깁니다. 우리가 잘하는 일을 가지고 싸워야 이깁니다. 힘이 약한 사람이 힘센 사람을 이기는 경우는 다른 방식으로 싸웠을 때입니다. 다른 방식이어야 합니다. 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국어만 부지런히 공부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모든 일을 잘해서 부자 되는 거 아니고, 모든 일을 잘해서 대통령 되는 거 아닙니다. 모든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사실 모든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똑같은 하루를 맞이하지만 힘없는 우리는 다른 방식의 하루를 찾아야 합니다. 방식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우리의 몸짓이 바뀌는데 뜻밖에 즐겁고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물론 다른 방식은 규칙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지만 다른 방식을 눈치 챈 사람들은 ‘비범’이라 부르며 널리 알립니다. 간혹 다른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비난’하며 떠들어대기는 합니다. ‘비범’이 ‘비난’을 설득하는 순간 세상은 완전히 바뀝니다. 잘난 채로 사회를 지배하려는 사람, 아부로 편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먼저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서 갈고 닦아야 합니다. 힘없다고 뺨을 맞으며 살 일 아니고, 힘없다고 구걸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 사회자 – 김요수 단장은 그림산문집 '딱 좋아 딱 좋아', 소설 '폐하타령', 산문집 '부서불랑께'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근무하면서 지역사회가 생각해야할 낮고 평범한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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