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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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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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문화단체를 기다리며_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_라디오칼럼_20180327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27일 화요일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건강한 문화단체를 기다리며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광주를 문화도시라고 내세우고, 몇 해 전부터는 문화수도나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고도 합니다. 세계적인 미술 축제인 비엔날레가 열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 들어섰으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그런데도 광주를 글로벌한 문화예술도시라고 자랑하자니 공허한 느낌이 들면서 스스로 선뜻 동의가 되지 않고 머뭇거려집니다.저는 문화관련 대형 사업들이 자연스럽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새로운 문화란 나무를 키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어떤 나무는 씨앗으로 어떤 나무는 묘목으로 시작해서 오래오래 토양에 적응하면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를 뻗고, 무성한 잎을 틔우고, 마침내 아름다운 꽃과 탐스러운 과실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이미 다 큰 나무를 이식하자면 힘도 들고 공력도 많이 들여야 합니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그런 범주가 아닐까요?전당은 광주의 피와 땀, 눈물이 배어든 광주민중항쟁의 심장부를 내어준 자리에 들어섰습니다.그 자리에 심어진 문화전당이라는 큰 나무는 어떤 탁월한 수장 한 사람, 세계적인 정원사, 외부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의 힘으로만 키워낼 수 없습니다.오랜 내력을, 역사를, 환경을 잘 아는, 그 자리의 토질과 풍토를 겪으며 살아온 시민들의 참여 없이는 온전히 뿌리를 내릴 수 없을 겁니다.지난 몇 년 동안 전당을 둘러싼 상황은 뿌리도 내리지 못한 나무에서 서둘러 꽃을 피우고 설익은 과실을 나눠먹자고 다투는 형국 같습니다.물론 정권 차원의 홀대와 무관심도 상황을 악화시켰지요.이제라도 광주의 현장 예술가 작업자 기획자 등 다양한 활동가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의 지시로 움직이며 윗사람들의 평가에만 기대는 전당이 아니라 시민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광주 지역사회로부터 끈끈한 신뢰와 지지를 받는 기관이 되었으면 하는 겁니다. 지금 광주에는 문화도시광주시민행동이라는 새로운 시민단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전당 문제뿐 아니라 광주시의 정책 등 문화와 관련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대변해주는 건강하고 씩씩한 단체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어서 기대가 큽니다. 더구나 우리는 자치분권을 지향하고 있습니다.시민의 자기결정권을 획기적으로 넓히고 보장하는 시대입니다. 중앙패권이 가지는 집중과 성과, 효율과 속도의 가치에서 벗어나 권한과 예산을 분산하고 과정을 더욱 중요시하는 시대입니다.  문화부나 광주시, 문화전당 관계자들은 시민단체를 귀찮아하거나 못마땅히 여겨선 안 됩니다. 시민과 소통하고 연대하고 협치해야만 문화의 꽃을 활짝 피우고 그 과실이 시민들에게 축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 황풍년 편집장은 전라도 곳곳의 마을 풍경과 너른 들판, 갯벌에서 땀 흘려 일하는 어르신들을 기록하는 토종잡지, 전라도닷컴의 편집장 겸 발행인입니다. 또한 전국 지역 출판인들의 모임인 한국 지역 출판 문화잡지원 대표로서 해마다 지역 책들의 한 마당, 한국 지역 도서전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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