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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컬링팀의 메시지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80319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19일 월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올림픽 컬링팀의 메시지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은 올림픽이 있어서 행복했었습니다. 특히 여자컬링 국가대표팀의 선전과 매력이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컬링 대표팀이 눈길을 끈 것은 뛰어난 경기력 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에게 지워진 한계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일구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의성이라는 지역은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커다란 숙제 즉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파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지역입니다. 지금 5만의 인구가 살고 있지만 중간 연령이 60세에 달합니다. 전체 군민 절반이 60세가 넘은 것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작년에 조사한 지방소멸위험도 조사에서 의성은 우리나라 농촌 지자체들 가운데 3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여자 컬링 선수들은 컬링이라는 특별한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즐기고 놀 만한 게 없어서 컬링을 시작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자신들의 대단한 성취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듯한 이 쿨한 대답 너머로 활기를 잃어가는 지방 소도시의 고립감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풍요나 번영의 활기찬 대도시를 선망하는 지방 청소년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인구감소로 쇠락의 위기에 놓인 많은 지방의 소도시들과 농촌지역 청소년들에게 의성여고 컬링팀이 외치는 ‘영미’가 희망의 구호가 되고 새로운 길을 찾는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의 강팀들을 제압하며 일구어낸 감동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미래를 창조해 갈 수 있다는 메시지이고 들풀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성군은 앞으로 그 지역이 컬링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명의 컬링팀이 음지에서 땀을 흘리고 있던 정작 그 힘든 시간에 의성군이 보여준 후원은 보잘 것 없고 소극적인 것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한 명의 천재가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듯이 몇몇 소수의 예체능 스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과 꿈을 줄 수 있습니다. 인구감소로 위축된 농촌지역에서도 꿈과 끼와 재능을 가진 청소년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미리 발견하고 힘껏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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