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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_김창수 지혜학교 이사_라디오칼럼_20180307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7일 수요일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빈집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 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 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나그네에게는 지친 몸을 쉴 곳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서야 비용을 지불하고 쉴 곳이 있다지만 외진 곳에서는 몸 누일 곳이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아무데서나 노숙을 하는 것에 익숙한 나그네에게도 풍찬노숙을 피할 쉼터가 있다면 왜 마다하겠습니까? 시인은 자신이 외진 곳의 빈 집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 집에는 나그네뿐만 아니라 야생돌물이나 달빛 혹은 바람이 쉬어가도 좋은 곳일 것입니다. 빈 집은 자아를 해소한 ‘자기’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빈 집을 어지럽히거나 더럽힐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자신이 고의로 자신을 해치지 않은 한 세상 그 무엇도 그를 해칠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과 부처님이 그랬고 수운 최재우 선생님이 그랬듯이 자신을 세상을 위해 스스로 내어줄 수 있을 뿐 수 많은 지혜자들에게서는 무엇을 빼앗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빈집들이 자신과 이웃과 뭇 생명을 살리는 자양분이 되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빈 집이 되어주는 관계는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연인 간의 관계일수도 있고 이웃 간의 관계일수도 있으며 인간과 여타 생명체의 관계일수도 나아가 인간과 신의 관계일수도 있습니다. 모든 존재들이 서로에게 빈집이 될 때 진정한 만물일화(萬物一華)를 이루게 됩니다.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납니다. 세상에 ‘나 ’아닌 ‘네’가 없게 됩니다. 우주만상이 존재마다 빛나는 법화장엄의 세계가 됩니다. 사막에 샘이 솟고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 수 있는 빈집이 되는 것입니다. 아니 이미 자신이 빈집이었던 것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참다운 빈집일 것입니다.
◇ 사회자 - 김창수 교장은 국내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인대표로 환경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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