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듣기
경험과 창업_강용 학사농장 대표_라디오칼럼_20180301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1일 목요일
■ 강용 학사농장 대표
■ 경험과 창업
◆ 저의 어릴 적 꿈은 농부였습니다.
농대를 졸업하고, 창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게 객지에서 무일푼으로 첫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처럼 이 나마의 창업교육이나 보육이라는 단어도 귀했고, 더구나 농업은 창업이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했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배운 적도 없고, 또 어린 창업자의 상식으로 이해 할 수도 없는 현실의 제도나 관습에 부딪칠 때는,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감에 후회했던 적도 참 많았습니다. 창업의 전제가 경험이여야 한다는 것을 어리석게도 많은시련 후에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몇 년전 일본 명문 대학생들도 입사를 선호하던 농업생산과 외식을 함께하는 일본의 어떤 회사는, 유기농업을 하는 밭에서 입사 후 2년간을 거의 의무적으로 근무를 해야 하고, 2년 후에야 비로소 원하는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는데, 놀랍게도 약 60%이상의 직원들이 농사로 잔류를 희망하였답니다.
유기농업과 농촌이 좋아서 그런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아베노믹스 이전 실업률이 매우 높았을 때, 미래 창업의 준비로 농업을 더 경험하고 싶어서 그런 사람들도 많았답니다.
몇 년 더 유기농업현장에서 근무하고 나면, 성공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일종의 초임직장과 농업 인턴과 창업 준비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잔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농업에선 인턴사원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시절, ‘농업인턴사원제도’를 제안하여 실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농촌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을 만큼이라도 경험과 생계가 필요하고, 정부는 귀농교육, 고용, 농촌인구 감소 대책 등이 필요하였고,
약간의 정책보조와 채용농가 자부담으로 시작한 이 제도는 결국 사업 시행 후 2~3년째부터는 경쟁률이 매우 높아질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맞춤형 고효율 정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용과 사회, 농촌정책 등 복합적 범주의 이 제도를 ‘고용정책’이라는 1차원적 판단으로 업무가 통폐합되어 고용부로 이관되고, 결국 몇 달 뒤 흐지부지되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혁신과 창조 벤쳐 등의 단어를 내세우고, 몇 개 육성이라는 숫자까지 걸고 특히 청년 창업을 유도 해왔습니다.
청년창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성공한 몇 사람들의 스토리보다, 창업으로 내몰려 실패를 향해가며 좌절을 극복해내려 몸부림치고 있을지 모를 청년들이 더 먼저 생각나 마음이 아픕니다.
창업이 젊다고 경험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기엔,
부족한 경험을 젊음으로 떼우기엔 저는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창업보다 경험이 선행되는 정책도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 강용 대표는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하는 유기농 농협 협동조합, 학사농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