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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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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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가지치기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80220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2월 20일 화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생각의 가지치기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이제 겨울의 긴 터널이 끝나가는 것일까요? 아직 바람이 차갑지만 먼 산 소나무 색깔이 더 진해진 거 같기도 하고 남쪽 어딘가에서 봄이 오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지난 번 폭설 때 무거운 눈 이불을 덮어쓰고 힘겨워하던 나무들도 이젠 훌훌 털고 새봄을 맞을 준비에 들 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나무를 기르는 사람들은 이 긴 겨울이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들의 거름주기와 함께 잔가지들을 잘라주는 가지치기 작업입니다. 나무 가지와 잎은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햇빛이 잘 닿지 않는 아래에 남은 가지는 줄기 성장에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래가지 못하고 말라서 옹이가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곧고 길며 마디가 없는 모양 좋은 우량 목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잔가지들을 잘라내 주어야 합니다. 봄이 되어 뿌리에서 빨아올리는 수분이 충분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할 때 가지를 자르면 나무에게 손실이 크고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새봄을 기다리며 가지치기를 받는 나무들처럼 우리들 생각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합니다. 나무에 잘라내야 할 잔가지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생각에도 큰 줄기를 가로막는 작은 가지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나무에 모양을 곧게 보기 좋게 잡아주어야 하듯이 생각의 잔가지들을 잘라주는 것은 1년 동안의 계획과 그림을 그릴 때 먼저 필요한 작업입니다. 올 한 해 동안 해야 할 계획들 앞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놓여있습니다. 그 속에는 일이 잘 되어 갈 수 있을 것인지를 우려하는 걱정이나 또 다른 방향이 접근 방법에 대한 고민과 같이 생각의 잔가지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갖는 모든 생각들은 각각 중요한 의미를 갖는 창의성의 산물이지만 계획의 어느 단계에 이르게 되면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모든 생각을 다 가지고 갈 수 없는 때 가 옵니다. 생각의 작은 가지들이 지나치게 많고 그것을 방치하다 보면 그들이 범민으로 이뤄지고 큰 가지의 생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작은 가지들을 잘라내고 큰 줄기를 키워나가는 것은 나무들에게도 우리들에게도 모두 필요한 새봄을 맞는 준비 작업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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