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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나이 손익계산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80126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월 26일 금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한국식 나이 손익계산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매년 이맘때쯤에는 한국식 나이 계산방법에 불평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얼마전에는 이 나이계산법을 바꾸어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있었습니다. 한국식 나이 계산법은 사실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그 특징 하나는 설날 아침 온 나라 사람들이 나이를 함께 먹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각각 자기 생일 날 따로 나이를 먹는 서양 사람들이 보면 특이할 만도 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던 열 달의 시간까지 나이로 계산해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이미 먹은 것으로 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일이 설 날에 가까운 사람들은 태어나서 얼마 안 된 설날 아침 두 살을 먹게 되기도 합니다. 양력 설과 음력 설 사이의 나이계산 혼란도 불편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계산을 둘러싼 이러한 불평을 들으면서 우리식 나이계산법을 서양식으로 고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행정적으로야 서양식의 만 나이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부분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의 나이계산법에 국한된 일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식의 나이계산 방법에는 우리 정신문화의 특색이 베어있습니다. 나이를 같은 날 함께 먹는다고 하는 건 나무의 나이테처럼 세상을 살아온 연륜을 온 사회가 공유하고 1년이라고 하는 시간의 깊이를 함께 느끼는 공동체 문화입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자란 시간을 한 살로 치는 계산법이야말로 생명의 시작을 그 근원에서부터 생각하는 보다 진지한 생명존중의 전통입니다.
국제화의 흐름 속에 모든 생활 방식이 서구화되어갑니다. 하지만 그 물결 속에서도 자신 만의 고유성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나라들이 붕어빵처럼 개성없는 모방문화 만을 갖고 있게 될 것입니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처럼 축제조차 외래의 것을 들여와서 쓰는 시대에 설날 아침 사람들이 나이를 함께 먹는 전통은 우리 고유의 축제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머니들은 보잘 것 없는 자식을 생명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무거운 몸으로 열달 동안 일상의 무게를 견뎠습니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그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감사의 축제도 필요합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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