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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_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80130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월 30일 화요일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 징검다리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 대학 5학년, 대학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의 대학에서는 익숙치 않은 ‘졸업유보’ 또는 ‘졸업유예’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졸업유예’는 졸업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해당 학기에 졸업하지 않고 일정 기간 졸업을 연기하는 제도입니다.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생 수도 취업대란 속에 꾸준히 늘고 있어서, 2017년 1학기에만 1만3천여명, 사회적 비용도 약 25억에 달할만치 보편화되어 있어서 적절한 정부정책이 시급한 현실입니다.
수 년간 실력을 갈고 닦은 학생들이 당당하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겠다라는 저마다의 포부를 접고서 이처럼 졸업을 늦추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취업포털사(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유예의 이유로는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한 것과 외국어 점수 등 부족한 스펙을 채우기 위한 것이 가장 높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졸업 후 취업이 안되면 무능력자로 보일 것 같은 우려 그리고 채용하는 기업들이 졸업생 보다는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해서라는 답도 많았습니다.
청년 취업포기자가 급증하는 실태도 취업과정 속에서 반복되는 좌절과 실패의 경험으로 인한 무기력감에서 비롯됩니다. 설사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사회생활 적응의 어려움으로 인해 취업을 유지하기 못하고 퇴사하는 첫 이직 시기는 입사 1,2년 차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은 취업률 경쟁만이 아닌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가야 합니다. 취업과 사회생활 적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경험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통찰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기존 학교의 상담 서비스 모델은 찾아오는 학생을 응대하는 수동적 유형입니다. 이는 학생들의 접근성이 떨어져서 문제가 심각한 학생들이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전문 상담자들은 학생들의 전공분야나 학과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학 내에서도 학생과 전문상담센터의 중간에서 조력을 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학생들의 환경 수요에 대해 가장 친숙하며 접근성이 높은 대학 내의 교수들입니다.
최근 학생들에 대해 높은 열정과 관심을 가진 뜻있는 우리 지역 교수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징검다리 코칭 프로페서”를 자청하여 방학 중에도 전문상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 살아본 대학생활을 마치고 처음 내딛는 사회생활을 앞둔 학생들에게 적절한 사전 개입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주관적 안녕감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실제 학생들과 함께 한 ‘위로캠프’에서는 교수 자신들이 겪은 실패 경혐을 들려줘 학생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학생들이 취업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좌절에 대해 스스로 다독이며 위로하는 법을 익히는 것은 취업 전후에 닥칠 수 밖에 없는 부정적 경험을 역이용하여 도약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취업만이 강조되고 있는 대학가에 진정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돌보는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어가길 소원합니다.
◇진행자 - 한은미 교수는 한국여성과학 기술지원센터 호남제주권역 사업단장을 역임했으며, 바른과학기술 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호남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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