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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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의 햇빛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1225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2월 25일 월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겨울날의 햇빛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도니제티의 가극 ‘사랑의 묘약’에는 먹으면 원하는 사랑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사랑의 묘약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부르는 아름다운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로 유명한 가극입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 갈망하고 있던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가 그 약을 사서 먹습니다. 가극의 줄거리는 뜻밖의 전개로 해피앤딩으로 끝나지만 그 약은 사실 떠돌이 약장수가 값싼 포도주를 섞어 만든 가짜였습니다.
도니제티가 이 가극을 쓴 것은 1832년이었습니다. 이제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사랑의 묘약까지는 아니어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많은 마음의 병들을 약물로 치유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호르몬제를 사용해서 우울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입니다.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우는 세로토닌이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탄수화물에 의해 합성되어 흡수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에 위험상황이 오면 그러한 위험에 신체가 대항하기 위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우리 몸에서 내보낸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우울해질 때나 위협을 느낄 때 우리 몸이 분비하는 각각의 호르몬 변화들이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적절한 호르몬 제재의 처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한 메커니즘일 것입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 인간의 다양한 감정까지도 조절하고 치료하고 통제하는 더 많은 약제가 나올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약물이 인간의 감정과 정신을 바꿀 수 있다면 이는 사실 공포스러운 일입니다.
일조량이 줄어들고 추위 때문에 자꾸 움츠러드는 계절입니다. 춥다고 실내에만 머무르다보면 햇빛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비타민 d의 합성이 부족하게 되고 우울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몽골과 같은 초원지대에서는 춥고 긴 겨울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덴마크에서는 운동량이 부족한 겨울철에 소아당뇨 진료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약물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움직임과 햇볕 노출로 건강과 밝은 감정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한 계절입니다. 그러고 보면 추운 겨울철에도 가끔씩 얼굴을 내미는 태양 그 자체가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대신 겨울은 대지를 온통 감싸는 아름다운 흰 눈의 축복으로 가슴벅찬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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