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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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은_김창수 지혜학교 교장_라디오칼럼_20180101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월 1일 월요일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내가 아는 사람은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부은 손으로 부은 다리 주물러 주기/ 내가 아는 사람은 이러고 산다
전신관절 휠체어 몸으로 직접 지은 농산물 나누기/내가 아는 사람은 이러고 산다
이국 땅 호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친구 수술비로 집 팔아서 보태기/내가 아는 사람은 이러고 산다
동네 노총각 애절한 시선에 시집 가주기/내가 아는 사람은 이러고 산다
이통치통(以痛治痛) 함시로 이러고 산다/내가 아는 사람은
일찍이 아리스터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쿠스 윤리학』에서 인간의 이성을 네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소피아(sophia:지혜), 프로네시스(pronesis: 윤리, 도덕적 이성), 에피스테메(episteme:수학과 과학적 이성), 테크네(techne:기술, 도구적 이성)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서양의 근대에는 그 중에서 수학적, 과학적, 논리적 이성인 인식론과(에피스테몰로지)과 기술과 도구적 이성인 테크네가 주로 발달하였는데, 거기에는 지혜나 윤리도덕이 자리할 공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근대와 서양의 근대에 영향을 받은 세계에 인간적인 품위와 정서가 배제된 문화가 널리 퍼진 것이지요.
그 연장선상에서 근대 이후의 교육은 수학과 과학을 잘 하는 사람이 높게 평가하고 평가 수준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차등 배분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말이 안 되는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 즉 사회적으로는 명망이 높은데 윤리와 도덕적인 면에서는 형편이 없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 것입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서울대학교 법대와 의대에는 수학과 과학적 이성이 발달한 사람들이 주로 가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차원 높은 도덕과 윤리를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위의 필자의 시 ‘내가 아는 사람은’은 지금 제 곁에서 서로를 위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서사입니다. 제자 ‘서연’이는 자신도 고달픈 노동으로 손이 부었지만 자신보다 더 아픈 엄마 다리를 주물러 줍니다. 스물 셋부터 환갑이 될 때가지 전신 관절염으로 휠체어에 앉아 생활을 하는 친구 ‘재생’이는 가끔씩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부쳐옵니다. 호주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던 ‘영숙’이는 집을 판 돈으로 저의 병원비를 보탰고 친구 ‘수정’이는 애 둘이 딸린 홀아비의 애절한 눈빛에 시집을 가주어서 두 아이를 잘 성장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수학과 과학과 논리가 아니라 나눔과 배려와 경청입니다. 제 옆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어디 제 곁에만 그러겠습니까? 언뜻 보면 세상이 온통 절망과 비정함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은 그래도 살만합니다. 우리가 시선을 옆으로 조금만 돌리면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사람들을 도처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사회자 - 김창수 교장은 국내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인대표로 환경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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