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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사회적 구원_김창수 지혜학교 교장_라디오칼럼_20171222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2월 22일 금요일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종교의 사회적 구원
◆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2017년 한국개신교는 사회적 함의가 큰 두 가지 문제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직업종교인(성직자) 세금 징수 문제와 교회 세습 문제가 그것입니다.
성직자(직업 종교인) 세금 징수는 우여곡절 끝에 2018년도부터 도입하기로 하였지만 입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개신교회는 사회적으로 큰 적폐세력으로 지목을 받았습니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와 개혁적인 한국교회엽합회는 직업종교인 징세문제를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여 입법 이전에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개신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수적 성향의 교회연합회는 직업종교인 징세에 부정적 입장을 고집하여 왔습니다. 교회를 향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굴복하여 성직자 징세문제를 늦게라도 수용한 교회는 이제 겸허한 자세로 종교의 본래적 기능인 자기 비움을 통한 사회정화의 책무에 매진하기를 기대합니다.
교회 세습 문제는 사회적으로 더 큰 반감을 일으켰습니다. 여기서 교회 세습 문제라 함은 아버지가 맡았던 큰 교회의 목사직을 아들이 이어받는 것으로서, 자식이 부모의 지위와 역할상의 특권을 물려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마치 북한의 김일성이 하던 공적 역할을 그의 아들 김정일이 이어받고, 김정일을 김정은이 대물림 받는 꼴과 같은 경우입니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왕이 왕을 낳고 노비가 노비를 낳는 것을 천명 이데올로기로 정당화 하였습니다. 그 문화에서는 차별이 법적으로 정당화 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권이 특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였습니다. 또한 각종 부담과 차별을 감당해야만 하는 하층민들과 노예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운명으로 수용하도록 강제 당하고 살아야만하였습니다.
신분제 사회 이후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세습의 문제는 신분상의 법적인 특권이 아니라 직업이나 경제적 재산의 승계와 거기에 따른 각종 특권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법적 특권은 폐지되었지만 직업이나 유산을 통한 사회경제적 특권은 여전히 유지된 것입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아버지가 걸어간 고난의 길을 자식이 따라서 걸을 때 우리는 그것을 숭고하다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가신 길이 고난의 길이어서, 아무도 가지 않지만 누군가는 꼭 가야만 하는 길이어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초라하고 이름 없는 길이라서, 손가락질당하고 천대받는 길이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자신과 세계를 밝히는 길이라서 걷는 것을 두고 비난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세상은 단지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것을 비판할 뿐입니다.
종교의 본래적 기능은 자아 해소를 통한 사회 구원입니다. 자신을 맑힘으로써 이웃과 세계를 구원하는 것이 석가와 예수의 가르침입니다. 2017년은 루터가 부패한 중세 카톨릭교회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겨눈 지 어언 오백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제 교회는 세상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성찰의 칼을 먼저 겨누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 사회자 - 김창수 교장은 국내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인대표로 환경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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