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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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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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의 겨울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1221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2월 21일 목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피노키오의 겨울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피노키오는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지은 동화의 주인공입니다. 착한 목수 제페토가 나무를 깎아 인형을 만들었는데 이 인형이 요정의 도움으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된 것입니다. 피노키오는 낯선 환경에 놓인 철없는 어린아이입니다. 오래 참지 못하고 한눈 팔기 일쑤이며 늘 실수투성이입니다. 매번 위험에 처하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새로운 유혹이 생길 때마다 너무 쉽게 넘어갑니다. 피노키오가 자라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그가 세상에 나오게 된 특별한 탄생배경과 그로 인한 관계의 결핍 때문이기도 합니다. 피노키오에게는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관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머니도 할아버지도 형도 동생도 오래 함께 한 친구도 없었습니다.
판문점에서 죽음의 총탄세례를 무릅쓰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 탈북자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그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듣고 남쪽사회를 동경해 왔다고 합니다. 화려하고 멋진 공연을 보면서 서울을 선망해 온 그가 앞으로 부딪치게 될 낯선 경험들이 걱정됩니다.
탈북자들 즉 새터민들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가구 비중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한부모 가정과 조손가정, 결혼이민자들이 이루는 다문화가정, 만혼과 미혼과 비혼으로 늘어난 독신 1인 가구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도 다양합니다. 이러한 가구의 구성원들이나 자녀들은 살면서 사람들의 선입견이나 관계의 결핍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새로 유입되는 인구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는 물론 치밀하게 고민할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그리고 외부로부터 유입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겪게 되는 부적응과 조화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도록 하는 문제 역시 우리 사회의 안고 있는 숙제입니다.
겨울 바람이 차가워졌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이웃들이 우리라고 하는 큰 그릇 속에서 조화롭게 융화되고 삭풍의 겨울을 이겨내고 다채로움으로 꽃피게 되기는 기다립니다. 인구 절벽을 눈 앞에 둔 우리 사회가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공존의 조건들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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