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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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공학_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1213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2월 13일 수요일
■ 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 여성과 공학

◆ 제가 받은 질문 중 가장 오랫동안 들어본 것은 “왜 공대를 갔어요?”일겁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수 년 동안은 그 질문을 의식해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엔지니어는 남자, 엔지니어링은 남자들만의 세계인 줄로 알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때, 졸업생들이 진학한 학과를 훓어보는데, 깨알 같은 글씨 중 우연히 공대를 진학한 단 한 명의 이름을 발견했었습니다. ‘아.. 여자도 공대를 갈 수 있구나...’ 고정관념을 깨준 단 한 사람의 이름으로 저의 진로도 바뀌었습니다.
80년대 초까지만해도 공대 수 천명 중에 여학생은 열 명 이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의 소속인 전남대학교만 보더라도 6천8백여명(6846명 중 1514명/22.1%/2017년10월 기준)의 공대생 중 22%인 1,500명 정도가 여학생입니다. 공대 일부 학과의 여학생 비율은 40%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여성과학기술인 정책 업그레이드’랄지 ‘공학기술과 젠더혁신’이라는 포럼에서 공학계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다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에 꼭 필요한 공학 여성인재’가 왜 중요하다고 할까요?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과의 융합, 그리고 그 연결이 이러한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물리적 힘보다는 섬세한 감수성, 소통능력 같은 ‘소프트파워’가 중요합니다. 여기에 여성은 아주 큰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보다 중요한 현실적인 사회적 이슈로 말씀드리자면, 여성 공학인재는 인구절벽 사태 때문에 더욱 필요합니다. 인구절벽이란 생산가능인구(15세~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인데요. 지금 닥치고 있는 인구절벽을 헤쳐 나가려면 여성의 사회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책들에선 아직 그 절박성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남녀 구분에 대한 차별인식이 없이 교육 혜택을 받아왔으나, 막상 사회에 진출할 시기가 되면 현실 속엔 방해요소가 참으로 많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전제는 배우자의 가정생활 참여도, 육아를 책임질 사회시스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수정되어가면 세상의 반인 여성들이 적극 참여하고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발전시키면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을 공학이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여성만의 공학분야를 특별히 따로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여성들에겐 공학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더 커질 것입니다. 그 미래를 내가 만들겠다는 진취적인 마음가짐을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 소프트하게, 더 역동적으로, 더 수평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사회문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국가 정책이 함께 변화되길 바랍니다.

◇ 한은미 교수는 한국여성과학 기술지원센터 호남제주권역 사업단장을 역임했으며, 바른과학기술 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호남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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