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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롱패딩_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_라디오칼럼_20171206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2월 6일 수요일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
■ 평창 롱패딩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 - 얼마 전 사진 한 장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고등학교 급식 시간에 줄을 선 아이들이/ 모두 검은 패딩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평창 롱패딩’입니다. 디자인도 멋있고, 기능이 뛰어나니 아이들이 좋아할만 합니다.
내년에 열릴 평창올림픽에 맞춰 유행이 생겼고,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입으니 ‘교복’이라고까지 불립니다. 값이 비싸니까 부모의 처지에서 보면/ ‘등꼴 패션’이라고 부르지요.
유명한 연예인이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를/ 앞 다투어 사서/ 연예인 닮기를 바라는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좋은 물건을 보면 갖고 싶고, 갖고 난 뒤에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사생팬’이란 말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일거수일투족마저 알아내려고 밤낮없이 쫓아다니는 극성팬들을 말합니다.
어른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누가 받았다고 하면/ 전혀 책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도/ 노벨상을 받은 사람의 책을 삽니다. 읽으면 좋겠지만/ 보통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남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또 언론에서 멋진 관광지를 소개하면 우~하니 몰려갑니다. 마치 그곳을 가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고, 보통의 삶을 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도 그렇습니다. 경쟁을 해서 이기는 서바이벌 방식의 방송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비슷비슷한 방송을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만들었습니다. 서바이벌 방송을 만들지 않으면/ 유행에 밀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제 가까이에 유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2백 만 관객을 모은 진모영 감독입니다.
진모영 감독은 자기가 맡은 일을 매우 꼼꼼하게 준비하고/ 꾸준하게 연습을 합니다. 입으로만 떠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도 않고 자신이 직접 합니다. 일을 하다가 멈추지도 않고, 남이 한 일을 가로채서/ 자기가 한 것처럼 하지도 않습니다. 멋진 전라도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진모영 감독의 일과 생각에 높은 값을 매깁니다. 진모영 감독은 유행을 알 틈도 없거니와 유행을 따를 틈은 더욱 없습니다.
아이들이 제 할 일을 잘하고 있다면/ 롱패딩 없다고 뒤처진다는 느낌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부모들이 떳떳하다면/ 롱패딩을 못 사주는 못난 부모라는 기분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책꽂이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 한 두 권쯤으로 잘나지지 않고, 그런 책 없다고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유행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꾸준히 애쓰고, 좋은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보내는 사람은 유행을 쫓아다니는 사람입니다. 어제같이 살더라도 ‘날마다’ ‘조금씩’ 바꾸어 가면/ 1년만 지나도 어마어마한 변화를 느낄 겁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날마다’ ‘조금씩’ 바꾸어가며 살겠습니다.
◇ 사회자 - 김요수 본부장은 그림산문집 '딱 좋아 딱 좋아'와 권력의 추한 모습을 풍자한 소설 '폐하타령'을 썼으며,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산문집 '부서불랑께'도 출간했습니다. 현재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근무하면서 지역사회가 생각해야할 낮고 평범한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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