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듣기
약무호남 시무국가_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_라디오칼럼_20171129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1월 29일 수요일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약무호남 시무국가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이순신 장군이 남긴 ‘약무호남 시무국가’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유명한 말씀입니다.
호남 백성들과 하나가 되어 나라를 구한 장군이었기에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고 명토박아두었을 겁니다.
그런데 “전라도가 없으면 비록 다른 도가 있어도 이 나라는 근본을 삼을 곳이 없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임진란이 발발하자 백성을 버리고 명나라를 향해 도망가기에 급급했다는 못난 임금 선조도, 조선왕조실록에 호남의 중요성을 그토록 정확하게 남겨두었다고 합니다.
전라도를 제외한 전 국토가 왜적에 짓밟혔을 때 조선의 병참기지가 된 전라도의 백성들은 전국 곳곳의 전쟁터마다 군량미며 군수품을 장만해 실어 나르느라 늙은이와 어린아이, 병든 사람들까지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을 돕겠다며 원군으로 들어온 명나라 군사들의 뒷바라지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니 얼마나 고통이 컸겠습니까.
그래서 전란을 직접 겪은 지역보다 전라도의 피해가 더 극심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우리 선조들의 참혹한 실상을 미욱한 임금도 알긴 알았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데없이 수백 년 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늦었지만 순천대학교 박물관이 펴낸 조원래 교수의 ‘남도의 백성이 지킨 나라’라는 책을 꼭 소개하고 싶어서입니다.
“지방사에 대한 연구가 없고서는 국가 민족의 역사가 올바로 쓰여질 수 없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서문이 몹시 절절하게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미처 자세히 알지 못했던 전라도의 역사와 이 땅에 살았던 선조들의 위대한 정신, 불굴의 투지에 놀라게 됩니다.
“적은 이미 영남지방을 도륙하였으니 영남도 우리 땅이요 호남도 우리 땅인데 어찌 먼 나라 남의 일 보듯이 하고만 있겠는가.”
이순신 장군이 영남 바다로 즉각 출병하지 못하고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며 머뭇거릴 때 녹도 만호 정운과 군관 송희립처럼 전라도의 장수들이 어서 빨리 출격하라고 다그쳤다고 합니다.
진주성 2차 전투는 한국 의병항쟁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혈전이었습니다.
관군과 명군, 심지어 가까이 주둔하던 곽재우의 영남의병조차 도와주러 오지 않고 전라도 의병들만 9일 밤낮으로 혈전을 거듭하다가 궤멸된 것입니다.
10만의 왜적들이 어마어마한 화력을 쏟아 붓는 고립된 성에서 불과 1만5천 여 명이 죽음으로 맞섰으니 어찌 이길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나라를 지켰다는 사실을, 우리가 그토록 위대한 선조들의 후예라는 사실을 잊어서야 되겠습니까.
향토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자 - 황풍년 편집장은 토종잡지, 전라도닷컴의 편집장 겸 발행인입니다. 또한 전국 지역 출판인들의 모임인 한국 지역 출판 문화잡지원 대표로서 해마다 지역 책들의 한 마당, 한국 지역 도서전을 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