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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토의_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1122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1월 22일 수요일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 토론과 토의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오래 전 대학을 다니셨던 분이라면 여러분이 떠올리는 강의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사실 불과 수 년 전만해도 대학 강의실 책상은 의자가 연결된 일체형이었습니다. 거기에 친절하게도 오른쪽 팔걸이를 고려해서 책상판은 ㄱ자형이었습니다. 분명히 교실엔 왼손잡이도 있었습니다. 녹색 칠판에 하얀 분필은 학생들을 향해 전면에 있습니다. 이제 대학 강의실엔 책상과 의자가 분리되어 내 체형을 의자에 맞춰야하는 일은 사라져갑니다. 그보다도 의자를 자유롭게 이동하여 토론 토의가 가능하도록 책상을 배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면에 위치한 칠판은 강의실 옆, 뒤 벽면에 분산시켜 학생들이 직접 팀별로 써가며 토론 토의할 수 있도록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토론 토의 강의를 하고 싶으십니까?’, 최근 제가 근무하는 대학의 교수 집담회의 주제였습니다. 강단에 선 대부분의 교수들은 70년대,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암기식 강의에 익숙한 세대이지요.
그런데 대학은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인문, 과학, 기술 각각의 세분된 학문을 결합하고 통합해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응용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창출해가는 과정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학문간 경계를 넘나들며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융복합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왜 우리는 배우는가?” 지식을 쌓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많이도 변했습니다. 내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은 예상치 않았던 답까지 덤으로 끌어다 줍니다. 공부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봅니다. 배움은 질문 과정 속에 있습니다. 그 소프트웨어가 바로 “토론과 토의 수업‘입니다.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입니다. 토론은 찬반 토론처럼 서로 다른 주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주장을 펼쳐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반면에 토의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상대방을 합리적으로 설득하여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한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그 목표에 못지않게 중요할겁니다. 토론은 ‘현장 토론’과 ‘교육 토론’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장 토론은 실제 이해 당사자들이 찬반의 입장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각종 TV 토론과 같은 것입니다. 이에 비해 교육 토론은 교육적 목적으로 각종 토론대회의 경우처럼 찬성과 반대 역할을 한 번씩은 맡아서 토론을 하게끔 구성합니다. 왜냐하면 교육 토론은 실제 토론을 하면서 토론하는 방식도 배울 뿐만 아니라 주어진 논제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학습하는 교육적 목표에 비중을 두기 때문입니다.학교가 먼저 변해가야 합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고민하고 내가 결정하는 능력을 갖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실현에는 깨어있는 시민이 기본입니다. 열린 사고는 열린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대학들이여, 강의실을 변화시켜 주십시오.
◇ 진행자 -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한은미 교수였습니다. 한은미 교수는 한국 여성과학 기술 지원센터 호남 제주권역 사업단 단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 심의회 소속 지방 과학기술 진흥협의회위원, 바른 과학기술 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호남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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