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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을질_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_라디오칼럼_20170816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8월 16일 수요일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
■ 갑질과 을질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 - 우리는 어떤 일을 얕잡아 말할 때 ‘질’이라는 말을 붙입니다. 선생질, 경찰질처럼 자신의 처지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 못된 짓을 할 때 응징하지 못하고 비아냥거릴 때 씁니다.
‘질’을 붙이는 말 가운데 요즘 우리 가슴을 가장 흥분시키는 말이 있습니다. ‘갑질’입니다.
육군 대장 부부가 병사를 하인 부리듯이 했습니다. 의약품 회사의 회장이 운전사에게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피자집 회장이 경비원을 때렸습니다. 항공회사 부사장이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되돌렸습니다. 우리는 마치 우리가 당한 일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대기업 상무가 라면 때문에 여자 승무원을 때렸습니다. 빵집 회장이 주차 때문에 호텔지배인의 뺨을 지갑으로 때렸습니다. 부자들의 ‘갑질’에 불매운동을 잠깐 했지만 금방 잊습니다.
‘갑질’은 과연 부자들에게만 나타날까요? 큰 우유 회사 사원이 대리점 사장에게 전화로 죽여 버리겠다며 쌍욕을 했습니다. 우리 또한 밥집(식당)에서 종업원의 작은 실수에 버럭 화를 냅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갑질을 해대는 일이지요.
갑질은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남에게 던져버리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을 무능하고 게으르다고 몰아붙여 자신이 우월한 척 뽐내려는 짓입니다. 그런데 사실 갑질은 열등감에 시달리고, 정서적 불안감에 떠는 사람들에게 나타납니다.
DJ DOC가 2010년에 낸 ‘(노래하며)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시원한 노랫말 가운데 ‘(노래하며)알아서 기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노래 들어보셨죠?
노랫말의 뜻과 다르게 저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알아서 기어’가 바로 ‘을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시나 명령이 없어도 ‘알아서 기는 자세’, 바로 ‘아부’입니다. ‘알랑방귀를 뀐다’고도 합니다.
‘갑질’에는 거품을 물며 흥분하는 우리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얌전하게 ‘을질’을 하고 있습니다.
‘갑질’만큼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을질’! 왜 그럴까요? 우리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가 하는 일에 책임지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은 아닐까요?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 하듯이 잘못된 일은 잘못됐다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화에서도 이미 ‘문화 권력’이란 말이 생겼습니다. ‘문화질’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소통과 책임 있는 문화 정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사회자 - 김요수 팀장은 그림 산문집 ‘딱 좋아. 딱 좋아’와 권력의 추한 모습을 풍자한 소설을 썼으며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산문집도 출간했습니다. 현재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근무하면서 지역사회가 생각해야할 낮고 평범한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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