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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위한 노래_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0811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8월 11일 금요일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시인을 위한 노래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시인 천상병은 모두가 잘 아는 시인입니다. 시인 천상병이 쓴 시에는 이런 시도 있습니다.
강태열 시인처럼
내게 고맙게 해준 시인도 드물다.
우리 내외가
처음 2,3년은
돈 때문에 무척 고생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고생 중에
난데없이 강태열 시인이
돈 삼백만원을 빌려주면서
천상병에게 술을 끊이지 말라고
아내에게 당부했다는 것이다.
현명한 아내는
그 돈으로 인사동 가까운 관훈동에
‘歸天’이라는 카페를 내어
이제는 부유하게 살게 되었다.
그 삼백만 원은 이젠 갚았지만
그 뜻이 얼마나 고마운가!
나는 늘 강태열 시인의 그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천상병, ‘강태열시인’전문
시인 천상병과 강태열은 술을 좋아한 시인들이었습니다. 천상병하면 같이 떠오르는 것이 카페 ‘귀천’인데, 두주불사의 시인 강태열이 가난한 시인 천상병을 위해 “돈 삼백만원을 빌려주면서/천상병에게 술을 끊이지 말라고/아내에게 당부”해서 연 곳이 카페 ‘귀천‘입니다. 천상병시인이 떠나고 그의 부인 목순옥 여사마저도 떠난 뒤 가페 ’귀천‘은 문을 닫았고,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데, 시인 강태열도 그렇게 잊은 시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시인 강태열은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에서 태어나 박봉우, 박성룡, 윤삼하, 주명영, 정현웅 등과 광주서중,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동인지 ‘영도’를 결성하여 독자적인 시운동을 펼쳤던 광주의 시인입니다. ‘사상계‘를 통해 등단하였고, 1974년 유신헌법 개헌 문학인 61명 선언을 주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결성에 참여 유신정권 반대 투쟁과 사회참여에 앞장섰던 시인이기도 합니다. 고은, 조태일 등과 함께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많은 고초를 겪었는데, 이런 시국 문인사건을 주제로 삼은 시 「패주기(敗走記)」연작을 써서 “겨울 미명 검은 세단차가 나오라 한다./검은 그림자 같은 두 사람이 나를 묶는다.”(「패주기」8)로 연행되는 모습을 그리는가 하면, “빌어먹을, 붙들려 가고 도망가고, 빌어먹을/나는 패주기인데 나는 패주자가 되고 말았다”(「패주기」5)고 토로, 유신정권의 민낯을 폭로했습니다. 그는 “평생을 자유와 저항과 인간으로 산 시인”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어떤 시인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은 슬픈 일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를 노래해줘야 하겠습니다.
◇ 진행자 - 이동순 교수는 조태일의 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저서로는 움직이는 시와 상상력, 광주 전남의 숨은 작가들이 있으며 우리 지역의 문학의 원형을 발굴 복원해 문학적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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