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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회색가방의 기억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0719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7월 19일 수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우울한 회색가방의 기억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소나무 숲이 시원하게 우거진 공원 입구의 나무 데크에 작은 가방들이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메고 온 가방들이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메고 온 가방입니다. 두 줄로 나란히 놓여있는 작고 귀여운 가방들은 그것을 메고 온 어린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얼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무언가 좀 이상합니다. 50개는 족히 될 듯한 가방들은 모두 한결같이 크기가 가고 모양도 같고 색깔마져 같은 동일 제품의 가방들입니다. 그 가방이 정열 된 줄을 곁에 두고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어놉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의 셔츠도 모자도 똑같은 색깔에 똑 같은 모양입니다. 그 천진스러운 아이들의 자유스러워야 할 생각이 획일화된 가방 크기와 색깔과 디자인에 갇혀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디자인은 다양할 것입니다. 오렌지색을 좋아하는 아이 연두색을 좋아하는 아이, 옆에 붙은 포켙보다 뒤쪽에 두겹으로 붙은 포켓의 가방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빈부의 격차가 노출되는 문제나 그 밖의 다른 우려들은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의 교복 착용 문제는 차지하고 이 어린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사고와 개성의 발현을 돕기 위해 똑 같은 가방과 셔츠를 입혀야 할 이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이엠에프 직후 우리 정부가 외국의 한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여 받은 아이엠에프 경제위기의 원인분석결과는 의외였습니다. 한국이 아이엠에프의 위기를 맞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교육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를 반복하지 않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이 분석결과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많이 만들어내기로 손꼽히는 나라, 우리나라에 없었던 것은 휴대폰 제조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실 컴퓨터의 키보드 자판을 바닷가나 낚시터의 휴대전화 자판으로도 두드리고 싶어했던 스티브잡스의 상상력이었습니다. 미래 사회에서는 과학과 기술과 합리주의가 아니라 감성과 꿈과 이야기 그리고 신화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어린 아이들의 환경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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