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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판결문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0705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7월 5일 수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부모교육 판결문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조선시대 한 선비가 손자를 키우면서 그 과정을 기록한 책이 있습니다. 16세기를 살았던 묵재 이문건이 쓴 양아록입니다. 그는 아이가 잘못을 저지를 때 엄하게 벌을 주었습니다. 오늘날의 교육학 용어로 말하자면 반복자극의 원리와 즉각시정의 원칙을 지켰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혼자서 해결해야만 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육아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부모들이 겪는 육아의 어려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된 뒤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를 몰라 당혹스러운 경험들을 합니다. 학교에서 국어와 영어와 수학 같은 과목들을 배우고 어른이 되었지만 올바른 부모의 길을 가르쳐 주는 기회는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의 피고인들에 대한 대학 학사비리 재판의 판결문이 알려졌습니다. 그 내용 속에서 참된 부모의 자세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른 세대의 부끄러운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라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주었고 비뚤어진 모정이 결국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켰다.” 1차 선고 판결문의 내용이었습니다. 재판의 최종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해진 그들의 말은 벌써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딸 만은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자식 사랑의 모정에 화답한 것일까요. 딸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일은 어머니가 했기 때문에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자식을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배운 바 없이 어쩌다 부모가 되어있는 우리 시대의 어른들은 이 큰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을 보고서라도 배워야 합니다. 남의 기회와 권리를 해쳐가면서까지 맹목적으로 쏟아 부은 자녀사랑은 모든 잘못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차가운 이기심을 키울 뿐이라는 교훈을 말입니다. 국정농단까지 불러온 비뚤어진 모정은 특이하게 두드러진 사건이고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릅니다. 공공장소에서 이른바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 남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아이들의 행동도 두둔하기 바빴던 많은 부모들은 그 그릇된 신념이 저러한 큰 비극의 씨앗일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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