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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도덕경_이화경 소설가_라디오칼럼_20170614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6월 14일 수요일
■ 이화경 소설가
■ 노자의 도덕경
◆ 이화경 소설가 - “세상에 물처럼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없다. 그러면서도 굳세고 강한 것을 치는 데는 물보다 더 나은 것도 없다. 물을 대신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약한 것이 억센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을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실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 성인의 말씀에 나라의 욕됨을 떠맡는 사람은 나라의 주인이고, 천하의 불행을 떠맡는 사람을 천하의 왕이라 했다. 참으로 바른 말은 진실과 반대인 것처럼 들린다.”
방금 읽어드린 구절은 노자의 '도덕경' 제78장에 나온 것입니다. 나라의 욕됨을 떠맡는 사람이 나라의 주인이며, 천하의 불행을 떠맡는 사람이 천하의 왕이라고 하는 말이 마음에 참 와 닿습니다. 억센 것이 약한 것을 이겨버리고, 단단한 것이 부드러운 것을 짓밟는 것이 마치 세상의 이치인 것 같아 보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던가 봅니다. 마침 지금은 저희에게 물이 여러모로 필요한 시기이긴 하네요.
노자는 누구이며, 그가 나고 자란 시대에 대해서, 그리고 '도덕경'의 진짜 저자 및 저술의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 많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다만 노자에 관한 공식적인 기록으로 알려진 '노장신한열전'에 따르면, 노자는 초나라 사람이며, 성은 이씨(李氏)이고, 이름은 이(耳), 시호는 담(聃)으로 오늘날 국립도서관에 해당하는 주나라 수장실에서 문헌 자료와 수집과 보관을 관장하는 관리로 일을 했다고 합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가 떨어지는 별을 찬미하며 62년 간 아이를 임신하다가 오얏나무에 기대어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백발이어서 사람들은 그를 늙을 노자에 놈 자를 붙여 노자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함석헌 선생은 ‘늙은이’라고 번역하기도 했고, 서양에서는 '노자'를 'Old boy'라고 번역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추상적이고 시적이고 압축적인 5천여 마디의 글자 덕분에 수많은 후학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열어줄 만큼 매력적인 텍스트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무척 혼란스러웠던 춘추 전국 시대를 살았던 노자는 시대 혼란의 원인을 치열하게 분석하면서 ‘인간을 위한 참된 길’로서의 도(道)를 추구했습니다. 아울러 주나라의 문서 관리 책임자이자 역사가였던 노자답게 역사 속에서 명멸했던 많은 국가의 운명을 직시하면서 나름 구제할 방도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자의 정치 철학을 압축적으로 담은 도덕경의 문장으로 말을 마칠까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백성이 통치자가 있다는 것만을 아는 것이고, 그 다음은 통치자를 가깝게 여기고 찬양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통치자를 두려워하는 것이고, 가장 나쁜 것은 통치자를 모욕하는 것이다. 믿음이 부족한 경우에 불신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주저하는 듯하구나! 성인의 말 아낌이여. 그는 공을 이루고 일을 완수했지만 백성은 모두 자신이 ‘저절로 그러했다’(自然)고 말한다.”
◇ 진행자 - 이화경 작가는 소설 인문 에세이 번역 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제비꽃 서민 소설상, 현진건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소설 꾼, 나비를 태우는 가 그리고 인문 에세이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세다 등 다수의 작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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