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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야전병원_윤택림 전남대학교병원장_라디오칼럼_20170526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5월 26일 금요일
■ 윤택림 전남대학교병원장
■ 열흘간의 야전병원
◆ 윤택림 전남대학교병원장 - 전남대학교병원은 최근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병원 의료진의 증언집인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이라는 책을 발행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5·18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군부독재와 맞서 싸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문민정부 수립의 원동력이 된 민중항쟁입니다.
하지만 서른일곱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발포명령자, 헬기 기총소사 여부 등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채, 오히려 5·18정신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세력들이 존재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어 5·18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5·18 10일간의 야전병원’ 출판은 5·18을 바로잡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37년만에 그 때의 아픈 기억을 새삼 책으로 정리하게 된 것은 당시의 전남대병원의 역할과 활동 내역을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고 조영국 당시 전남대병원장을 비롯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서른 분의 증언이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계엄군의 병원을 향한 무차별 사격과 부상당한 시민들의 처참한 모습 그리고 밀려드는 응급환자들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응급실 등 참혹했던 순간과 이러한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공포 그리고 좌절 등 극심한 감정 등이 담겨져 있습니다.
당시 정형외과 레지던트였으며 현재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김현종 교수는 계엄군의 집단 발포로 인해 총상환자가 급격히 늘었던 21일 상황에 대해 ‘이 날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면서 ‘총상환자가 밀려와 응급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으며, 사방에서 출혈과 통증으로 고함을 치는 부상자들을 보면서 나는 이 때 지옥을 보았다’라고 회상하고 있습니다.
또 당시 흉부외과 레지던트였던 오봉석 현 전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당시 가슴과 척추에 총알이 박힌 어린아이를 수술하면서 이렇게 어린아이들에게 까지 총을 쏘다니 모든 의료진이 분개했다’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제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계엄군이 병원에 대해 21일과 27일 두 차례의 무차별 사격을 가했으며, 특히 계엄군이 전남도청을 진압할 때인 27일 새벽에는 병원을 향한 사격과 함께 총을 들고 병원에 들어와 병실마다 위협적인 수색을 펼치는 등 전남대병원도 사실상 진압 대상이었다는 것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은 전남대병원의 진료 역사이면서, 5·18의 진실에 대한 소중한 자료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후세에는 두 번 다시 이러한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좋은 교훈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남대병원장으로서 저는 이번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을 발행하면서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었던 선배의료진의 아픈 기억을 다시 꺼내야만 했던 죄송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37년간 미뤄왔던 숙제를 일차적으로 해결했다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갖게 됩니다.
다시 한번 증언집에 참여해 주신 선배의료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오월의 광주가 더 이상 왜곡되어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 진행자 - 전남대학교 병원 윤택림 병원 장이였습니다. 윤택림 병원장은 40여개 관절 치료관련 국제 특허를 가지고 있는 고관절 질환의 세계적인 명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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