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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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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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숙제, 세대갈등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0522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5월 22일 월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새로운 숙제, 세대갈등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최근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마음을 터놓고 편하게 함께 이야기할 대상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벌써 70년 이상의 긴 시간을 남과 북으로 나뉘어 비방을 이어왔습니다. 남쪽은 또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지역감정이라는 개탄스러운 대립이 동서 화합을 가로막곤 했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는가 했더니 성장의 과실에 대한 분배를 두고 소득계층간의 반목이 떠올랐습니다. 요즈음에는 또 다시 새로운 대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갈등입니다. 얼마 전 탄핵 정국의 와중에서 탄핵 집회에 대한 의견차이로 자식들과 말다툼을 벌이던 60대 할머니가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세대 간의 갈등이 이미 우리 사회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가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하여 서로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각각의 세대가 살아온 시간의 배경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의 대립 갈등의 배경을 서로 그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서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무에 비유하자면 우리 사회의 노년 세대는 나무 동심원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식물학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성장한 나무의 내면에서 살아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 안쪽에 있는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물로 변해있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큰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부분이 없으면 나무는 어떻게 될까요. 곧게 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는 모두 서로가 필요한 존재이고 서로를 존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정치가 중요한 것이라고 해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인연들과의 따뜻한 관계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그 주장의 관철에 매달려야 하는 것인가 싶습니다. 정치인들이야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해도 일반 시민들 마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가난을 견디며 자녀 세대를 키워내느라 고생해 온 노년세대의 희생과 그에 대한 고마움으로 서로 마음의 벽을 느끼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만남과 시간을 소망해 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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