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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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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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만사성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0509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5월 9일 화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협력 만사성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최종병기 활’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전쟁으로 기록되는 병자호란의 참화 속에서 청나라로 끌려가는 누이를 구하기 위해 활약하는 어느 명궁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신출귀몰한 활솜씨는 우리의 속을 후련하게 해 주지만 그 끝에 남는 여운은 병자호란의 패배와 삼전도의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내쫒고 왕위에 오른 인조와 서인 집권세력은 광해군 때의 대외정책을 부정하고 후금과의 관계를 끊는 친명배금 정책을 추진하다가 병자호란을 맞습니다. 그리고 왕이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삼전도의 치욕을 당합니다. 때문에 광해군이 폐위당하지 않고 정치를 계속 담당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광해군대의 정치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인조반정의 실제원인은 광해군의 패륜과 명에 대한 배신이라기보다 광해군과 집권 북인 일당의 권력 독점이었다는 것입니다. 광해군은 북인 당파의 지지 속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북인은 서인과 남인에 비해 소수 세력이었으면서도 다수세력인 서인을 배척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발생한 인조반정 이후 서인 집권세력은 광해군대 북인 정치에 대한 반성 위에서 복수 붕당의 논리를 정립시켜 갑니다. 복수 붕당 체제란 경쟁과 대립을 전제한 것입니다. 그들은 우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시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한쪽이 모두 군자이고 다른 한쪽이 모두 소인인 것이 아니다. 어느 당인이나 각각 착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모두 있다”는 것이 복수 붕당의 공존의 논리입니다. 실제 인조대 고위 관료의 구성을 보면 서인이 64퍼센트로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남인이 27퍼센트 그리고 북인도 9퍼센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광해군대에 비해 진전된 국정 협력운영인 것입니다. 광해군대의 북인 집권층의 실패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안정된 정치권력을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어떠한 좋은 정책도 지속시켜 나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선택의 계절이 왔습니다. 선택 그 자체 뿐 아니라 선택의 결과로 출범하는 첫 걸음이 더 중요합니다. 공동체 내의 힘을 모으지 못하고서는 어떠한 좋은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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