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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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막는 미세먼지_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0505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5월 5일 금요일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 운동회 막는 미세먼지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 어릴 적 소풍이나 운동회를 앞둔 날이면 잠들기 전 간절한 소망은 딱 하나였다. 제발 비가 오지 않게 해주소서... 최근 출근 후 외출증을 끊고 황급히 아이 학교로 향하던 중에 문자를 받은 학부형이 계실 것입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오늘 운동회는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하며, 협소한 장소 사정으로 학부형의 입장을 불허한다는 안내였습니다.
그나마 실내 행사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의 학교는 학년별로 나누어서라도 이삼일에 걸쳐 운동회를 했습니다.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뿌연 하늘만 원망스럽게 쳐다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비가 오지 않은 말짱한 날에 운동회도 소풍도 못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예보정보로 예측은 하나 미세먼지 농도가 시시각각 변하는지라 학교측은 야외 행사에 반드시 대체 계획을 마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체 미세먼지는 무엇이고 우리 몸에 어떤 나쁜 영향들을 주고 있을까요?
황사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 바로 미세먼지입니다.
공기 중 매연이 너무 많아서 매연 내 입자들과 공기 중에 있는 황산화물, 수분 등이 엉겨붙어서 생긴 것입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들 중 지름이 10㎛ 보다 작은 먼지를 ‘부유먼지’, 지름이 2.5㎛ 보다 작은 먼지인 경우 ‘미세먼지’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이 50~70㎛이니까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단지 집합체로 뿌옇게 보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먼지들은 사람의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되지만, 부유먼지는 폐의 기관까지 들어오고, 미세먼지는 폐의 미세한 신경(인 일명 ‘꽈리’라 불리는 종말세기관지)까지 도달해 미세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가므로 인체에 가장 큰 피해를 끼치게 됩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발표했던 데이터를 소개하겠습니다. 2003년~2007년까지 5년간 서울 대학로에 있는 보건대 옥상에서 3일에 한 번씩 채취한 2.5㎛ 이하의 미세먼지 샘플 데이터 520여 개를 토대로 정밀분석을 했습니다. 그 결과 미세먼지는 9가지의 오염성분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원소탄소(Ec), 납(Pb), 유기탄소(Oc)가 인체에 치명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시기에 통계청이 집계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중 호흡기 질환 사망자들이 많았던 시기를 보니, 공교롭게도 원소탄소(Ec), 납(Pb)을 함유한 가솔린 및 디젤 먼지와 황사의 농도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던 시기와 일치했다.
마찬가지로 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들이 많았던 시기를 통계청 자료에서 뽑아보니, 유기탄소와 납을 다량으로 함유한 생체소각 먼지, 도로비산 먼지, 산업 먼지의 오염도가 심각했던 시기와 일치했습니다.
그러면 미세먼지를 주의해야 할 곳이 바깥뿐인 것일까요?
지하철 역내는 오히려 바깥보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하철이 정거장으로 들어오면서 제동할 때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도로비산 먼지 농도가 바깥보다 2배 이상 높아진다는 보고입니다.
가정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고기를 굽거나 기름에 튀기는 등의 요리 시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평상시보다 10배 이상 짙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배출되는 게 바로 심혈관계에 해로운 유기탄소 등이 함유된 생체소각 먼지인 것입니다. 따라서 요리를 하거나 가족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을 때 환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에 미세먼지 위험도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깔거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식약처 인증 ‘KF(Korea Filter)’ 등급을 받은 KF90 이상 제품 마스크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싼 프리미엄 공기청정기보다는 값싼 공기청정기 여러 대를 각 방에 상시로 틀어두는 게 훨씬 건강에 좋고 경제적일 것입니다. 정부는 방지대책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에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제시에도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가 처한 가장 심각하고도 당면한 기후환경 문제입니다. 새 정부가 국가차원의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을 촉구합니다.

◇ 진행자 -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한은미 교수였습니다. 한은미 교수는 한국 여성과학 기술 지원센터 호남 제주권역 사업단 단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 심의회 소속 지방 과학기술 진흥협의회위원, 바른 과학기술 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호남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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