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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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독립_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_라디오칼럼_20170428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4월 28일 금요일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역사의 독립

◆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뜻밖에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국정부의 지도자를 만난 뒤의 일입니다. 독립된 나라의 역사와 고유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도발적인 생각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중국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인식을 접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 최고 지도자의 생각이라면 이것은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독립 역사를 지켜온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과도 같고 분단된 나라를 다시 잇고자 하는 통일의 길에 드리운 짙은 구름을 예감케 하는 것입니다. 고구려도 중국의 한 지방정권이었다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의 밑바닥을 흐르는 역사 영토의식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요? 전통시대의 중국과 주변 세계와의 관계는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 속에서 중국의 지도적 위치를 인정함으로써 서로의 군사적 비용을 줄이고 평화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른바 조공 책봉관계라고 하는 것입니다. 한반도 뿐 아니라 베트남과 일본 등 아시아의 여러 왕조가 선택한 하나의 전략이었습니다. 중국 또한 통일 왕조가 들어섰다고 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주변 나라를 직접 정복하고 지속적으로 지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작은 안시성 하나를 정복하지 못하고 수십만의 정벌군을 돌려 혹한 속에서 되돌아가야만 했던 당태종의 고구려 정벌이 그 두드러진 예였습니다. 고조선을 정복하고 한사군을 설치했던 한나라로부터 중국의 역대 왕조는 끊임없이 한반도를 직접 지배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강풍에 몸을 눕히는 억세처럼 바람에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아도 그 바람이 지나고 나면 몸을 일으키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우리는 늘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의 나라를 다시 세웠습니다. 중국 지도자의 그러한 발언이 사실이었다면 그것은 속좁은 자국 중심의 역사 인식을 드러낸 것이고 전통시대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특수한 구조를 잘못 이해한 것이며 민족자결주의를 존중해 온 평화 공존의 현대적 국제질서를 아직도 체득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편견일 것입니다. 우리는 거대한 땅 중국대륙과 이어져 있는 국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천년의 고유 역사와 문화를 지켜온 놀라운 독립국가 경영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평화와 함께 역사의 독립을 지켜가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 진행자 - 박중환 관장은 전남 지역 유일의 국립 박물관인 국립 나주 박물관의 개관 업무를 총괄했고 현재 지역민들의 역사에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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