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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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내는 길 위에서_이화경 소설가_라디오칼럼_20170418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4월 18일 화요일
■ 이화경 소설가

■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 이화경 소설가 - “타인은 차마 볼 수 없는 신체의 파편이라 하더라도 가족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것이다. 유족이 가족의 시신을 직접 대하는 것은 그의 죽음을 확인하고 받아들여 이후 서서히 현실감을 되찾아 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방금 읽어드린 구절은 슬픔 전문가로 불리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노다 마사아키가 쓴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라는 책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 책은 1988년 3월 일본 고교 수학여행단의 상하이 열차 충돌사고를 포함한 대형 참사 유족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는데요. 책의 핵심 주제는 유족의 슬픔은 어떻게 치유되는가입니다.
노다 마사아키 저자에 따르면 현대의 대형 참사에서 유족의 절망과 슬픔은 공교롭게도 시신을 찾는 투쟁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느닷없는 죽음은 살아남은 유족들에게 ‘나는 무엇을 해줬나’라는 자책과 자기비난과 죄의식을 남기기 때문에 시신을 찾아 품에 안고 최선을 다해 장례를 치르고자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시신은 유족에게 있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매개체이며, 시신 확인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을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되돌려서 한 번 더 죽음의 과정을 걸어가는 치유의 길이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아울러 유족이 죽음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사태 해결의 편의성, 효율성 등을 핑계로 일상의 시간 감각으로 사태를 처리하는 것은 슬픔에 대한 폭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책을 통해 역설하는 점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 자체에서 사회적인 의미를 찾는 것에 있습니다. 즉 비참하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였지만, 그 사고를 계기로 유족은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할 때 고인에게로 향했던 생의 에너지를 자신과 사회로 돌릴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귀중한 깨달음을 안전 자원으로 바꾸어 내는 사회적 고민과 합의만이 수많은 사고의 안전을 도모하고 대형 참사로부터 귀한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은 16일엔 전남 목포신항에선 작년과 달리 희생자를 추모하기에 앞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을 찾는 데 초점을 모아 달라는 의견에 따라 추모식 대신 기원식이 열렸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아직도 외치고 있습니다. 마음 아프게도 그분들은 미수습자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이라 불리고 싶어 합니다. 고창석, 양승진, 이영숙,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권재근, 권혁규, 아홉 분 모두 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시길 간절히 빌고 또 빌어봅니다.

◇ 진행자 - 이화경 작가는 소설, 인문 에세이 ,번역 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제비꽃 서민 소설상, 현진건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소설 꾼, 나비를 태우는가 그리고 인문 에세이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세다 등 다수의 작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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