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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거리의 부활을 고대하면서_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0324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24일 금요일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헌책방 거리의 부활을 고대하면서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한 때는 고물상을 돌면서 명함을 나누어 준 적이 있습니다. 책이 들어오면 연락을 주라는 간절한 부탁을 말을 얹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연락을 받을 적은 없습니다. 고물상에 들어간 책들은 이미 책이 아닌 폐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폐지가 되는 순간, 책이 갖는 생명력은 끝이 나고 맙니다. 설령 책이 굉장한 의미가 있다거나,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더라도 고물상에게는 폐지일 뿐, 책장 사이에서 수많은 의미가 보내는 신호 가 들릴 리 만무합니다. 그곳에서는 무게만, 책의 무게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돌이켜 보니 광주의 헌책방을 순례하며 행복해 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광주고등학교 주변에서부터 계파로 불렸던 계림동파출소에 이르기 까지 양쪽으로 헌책방이 즐비했던 시절입니다. 가난한 살림에 중학교를 광주로 보낸 부모님의 열의에 보답은 아니더라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그 시절,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참고서를 사기 위해 계림동 헌책방을 돌았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그러했으니 부끄러울 것도 없었습니다. 아주 가끔 튀김이나 떡볶이를 입에 넣으면서, 헌책방을 순례하였으니 즐겁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행복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광주가 원형을 잃어가면서, 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헌책방도 함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겨우 한 두 곳만이 헌책방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언제 사라지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찾은 사람이 없으니 사명감이라는 이름으로 비싼 임대료를 내가며 헌책방을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헌책방에 나돌았던 고서며 각종 시집들이 문화재가 되고 있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말입니다.
그 시대에는 귀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 근대문화유산이 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이 헌책방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집 진달래꽃은 최근 어느 경매장에서 1억 4천만원에 낙찰되기도 하였습니다. 시집 진달래꽃은 같은 출판사에서 다른 판형의 이본으로 출판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헌책방에서 떠돌던 책들이 연구자들의 손에 들어가 문화유산이 되고 이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힌 결과입니다. 헌책방이야말로 우리 문화유산의 보고라는 사실을 증명해 줍니다.
그러니 계림동 헌책방 거리가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지원하는 문화정책이나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산의 유명한 보수동 헌책방 거리는 59개의 책방이 성업 중에 있습니다. 그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된 지 오래입니다. 계림동 헌책방 거리도 한 때의 추억공간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불러들이는 공간으로 부활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진정한 도시의 재생을 위해서 말입니다.
◇ 진행자 - 이동순 교수는 조태일의 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저서로는 움직이는 시와 상상력, 광주 전남의 숨은 작가들이 있으며 우리 지역의 문학의 발굴 복원해 문학적 위상을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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