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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화_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0224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2월 24일 금요일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 화장실 문화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 어릴 적 수세기 화장실을 처음 접한 곳은 초등 4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의 집 안이었습니다. 마당 건너 담 끝 어두운 곳에 있어서 무섭기만 했던 장소가 훤한 방안에 버젓이 문을 달고 있다는 것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문명의 충격이었습니다. 그 느낌은 당시에 멘붕이란 단어가 있었다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신기해서 한참을 쭈구리고 살피다가 나오는데 폭포수 같은 물을 쏟아내는 소리가 압축된 공기를 밀어내면서 큰 트름소리를 내는데, 순간 뭔가 심각한 고장을 냈구나 하며 얼음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시 두루마리 화장지가 있었던가 하는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그 친구의 카랑진 목소리가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은 분명 평소 쓰던 신문지 정도를 변기통에 구겨 넣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후 일본 여행을 하는데 관광지 화장실에서는 한국인을 겨냥해서 서툴게 쓴 한글 안내문을 자주 보았습니다. ‘휴지는 꼭 변기통에 버리시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에 습관적으로 길들여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거나 관광 온 외국인들이 가장 혐오스럽고 불결하다고 하는 것으로 화장실 안의 휴지통입니다. 거실의 화장실 문을 열면 화장실 공간은 버젖이 식탁이 있는 주방까지 연결되고, 안방용 화장실은 침대가 있는 방으로 이어집니다. 이러니 선진국이라는 한국이 외국인에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우리의 화장실 문화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남미 일부 국가의 모습들입니다.
최근 제가 속한 공과대학의 학장이 바뀌면서 제일 먼저 화장실이 바뀌었습니다. 휴지통이 없어지고, 생리대 수거함이 설치되고, 주변까지 크게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비상벨까지 설치하였습니다. 각 지자체와 관광업소, 학교 등의 화장실 문화가 변화되기를 희망합니다 .휴지통 없애기 운동은 화장실문화시민연대에서도 시작한지 18년라고 합니다. 긴 시간에 비해 변화가 더딘 것은 오래된 습관도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지에 대한 불신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의 화장실용 화장지는 대부분 물에 100% 수용성 화장지로 쉽게 분해가 됩니다. 특히 첨가물을 넣지 않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면 바로 녹게 되고 따라서 막힐 확률은 극히 적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도 두루마리 화장지 출시 전에 물 풀림성에 대한 기준 시험을 통과해야만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화장지 1칸 당 600회 저은 뒤 완전히 풀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00초 미만이어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제품의 질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그런 제품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시민운동이 먼저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집안에서도 이전 용도의 휴지통을 없애는 변화를 오늘부터 당장 실행해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가족의 위생은 문제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입니다.
◇ 진행자 -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한은미 교수였습니다. 한은미 교수는 한국 여성과학 기술 지원센터 호남 제주권역 사업단 단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 심의회 소속 지방 과학기술 진흥협의회위원,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호남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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