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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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동네, 계림동 _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_라디오칼럼_20170227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7: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2월 27일 월요일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나의 첫 동네, 계림동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제가 광주에서 처음으로 자취를 한 동네는 계림동입니다. 그러니까 계림동은 광주에서 저의 삶을 시작한 동네인 셈입니다. 제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첫 집은 계림동 85-11번지가 맞을 것입니다. 계림동 산장입구 언저리, 철길이 지나는 한쪽 언덕백이 흙산이라 부르던 곳. 그 꼭대기의 상하방, 고등학교 다니던 오빠와 함께 자취를 하였으니 말입니다. 새벽에 잃어나 연탄불에 솥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고, 설거지를 해놓고 학교를 가야하는 중학교 1학년의 광주생활은 힘겹기만 했습니다. 계림동, 자취방 주변의 골목은 겨우 몸을 통과할 만큼의 작은 길과 길이 신기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흙산을 넘어 아래로 내려가면 골목 골목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친구들의 자취방들이 꼬막껍질처럼 촘촘하게 박혀 있었고, 그 작은 골목길은 광주생활의 낯설음과 어색함을 달래 주었습니다. 덕분에 친구들에게 달려가 고향을 온몸에 묻히며 웃을 수 있었고, 심심하면 창문을 두드려가며 들락거리며 광주생활의 무료를 달랬습니다.
또 그 골목에는 중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친구네 집은 작은 골목 몇 개를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그 친구의 집이 자취방과 그리 멀지 않아서 아침 등굣길에, 오후의 하굣길에는 제가 함께 했습니다. 그 친구의 가방을 들고 말입니다. 그렇게 2년을 지냈던 골목이 계림동입니다. 중학교 3학년, 자취방을 옮기면서 계림동의 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그 친구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 늘 궁금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계림동 골목골목의 시간과 추억이 사라질 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동네가 재개발로 조만간 철거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미 보상이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끝났다고도 합니다.
전국의 모든 도시가 재개발로 인해 도시의 원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더 많은 재개발이 진행된 까닭일까요. 광주는 오래된 흔적이 많지 않은 도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라진 동네가 많습니다. 재개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골목을 채웠던 아이들과 작은 집에서 옹기종기 나누었을 많은 이야기들과 담 넘어 음식을 넘겨주고 받던 이웃들의 가정한 목소리, 함께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마는구나’ 한숨만 쉬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첫 동네였던 계림동, 그 언덕백이와 골목들이 조만간 모두 사라지고 만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그래서 철거되기 전에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걸으며 기록으로 남겨볼 작정입니다만 지금이라고 도심 재개발이 반드시 고층 아파트여야 하는지, 재개발만이 답인지 다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 진행자 - 이동순 교수는 조태일의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저서로는 움직이는 시와 상상력, 광주 전남의 숨은 작가들이 있으며 우리 지역의 문학의 원형을 밟을 복원에 문학적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심여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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