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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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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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515_봄 언덕에서 부르는 아리랑_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봄 언덕에서 부르는 아리랑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라일락 향기가 무척이나 싱그러운, 찬란한 봄날, 지난 청춘들은 이 봄볕을 그냥 보내기 어려워 수많은 눈물들은 함성이 되었을까요? 어느 젊은 청춘은 붉은 동백꽃으로 모가지 잘리고, 길 찾아 떠났던 백의는 어느 언덕에 누워 아리랑을 불렀을까요?

라일락 향기에 봄볕 내리는 날, 무척이나 빛나는, 길 떠나 길 찾던 소년들이 이 찬란한 봄, 다시 동백꽃 모가지가 지는 날 수많은 별들이 등불 밝혀 횃불이 되었느냐 묻습니다. 먼 먼 나라, 그 먼 나라에서 실려 온 꽃향기에 소년들의 이야기가 온 천지를 휘감아 도는 눈부신 봄날입니다.

유난히도 많은 별이 지고, 유난히 많은 별이 뜬, 연푸른 청춘 드리운 우리들의 빛났던 날, 그 봄날들이, 시간을 돌아 다시 선, 그 시간들이, 다시 우리에게 와서 묻습니다. 푸른 청춘들과 푸른 젊은이들과 백의의 열정과 대의는 어디에 있느냐고, 어디로 갔냐고 묻습니다. 라일락은 향기를 품고, 동백꽃 모가지 떨어지고, 아카시아는 꽃봉오리를 맺었노라고. 그리고 모두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아니 그동안 잊고 있었다고, 눈물은 눈물을 낳아 천지가 눈물이라고. 아직도 허공에 지껄이는 헛소리에 온 천지가 신음하고 있다고.

또 봄이 왔습니다. 노란 유채꽃이 벌나비를 불러들이고, 언덕배기 제비꽃도 눈인사를 하는 봄이 왔습니다. 들판에 찾아온 이 봄이 찬란해서 더 슬프고 아름다운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수레바퀴는 굴러 다시 제자리를 찾고, 다시 굴러갑니다. 쉼 없이 부른 백의의 아리랑은 언제쯤 우리 품으로 안아 제 자리를 찾아 줄 수 있을까요? 악의의 손짓 대신 넉넉한 웃음으로 맞아줄 넓은 가슴들은 그 어디쯤에서 돌아오지 못한 채 아리랑을 부르고 있을까요?

무엇을 기르고 무엇을 품고 무엇을 매달았든, 비바람에 북풍한설에 천둥과 번개에 놀라 겁을 먹고 휘둥그레질 때, 먼 먼 나라에서 백의의 아리랑을 불렀을 푸르디 푸른 소년들과 희어서 더 푸르렀던 이들과 여인들의 눈물을 기억해야 할테죠. 붉은 모가지 드리우고 뚝뚝 지는 동백꽃의 아름다운 낙화로 우리들의 푸른 노래도 쉬지 않고 불러야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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