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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507_가정의 의미를 생각해보며_이묘숙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가정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 이묘숙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신록의 계절 5월입니다. 푸르름이 가득하고 청량한 기운들이 마음도 청량하게 만듭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도 합니다. 가정에 관한 날과 행사들이 많아서인데요.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1일 입양의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에 다 들어있습니다. 이렇듯 많은 날들을 지정하고 의미를 두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바로 지난 일요일은 어린이 날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고자 그리고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을 북돋게 하기 위해 지정한 날입니다. 각 시·도, 시·군 및 단체별로 어린이가 참석하는 기념식을 거행하고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축제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광주에서도 도심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즐길 많은 행사와 공연들이 가득하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어린이 행사에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참가하는 경우가 생겨난 것입니다. 전통놀이 체험에도, 어린이극 연회에서도 그리고 어린이 대상 영화관에서도 어른들이 더 많이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린이 프로그램을 어른들이 좋아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한 가정에 1명의 자녀가 있는 3인 가정이 많아져서입니다. 엄마 아빠와 아이 하나. 결국 어른 숫자가 총 집계에 더 많을 수밖에요. 간혹 어린이 하나에 엄마 아빠와 양가의 할아버지·할머니가 동반하게 되면 6명의 어른과 아이 1명의 구성원이 되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어린이 영화에 보호자 어른 숫자가 더 많은 진귀한 상황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낮은 출산율은 정말 현실적인 인구 절벽을 예고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어린이들이 자라서 6명의 어른들의 어버이날을 챙겨야 하겠지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취업문제나 자기성취 혹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사항으로 혹은 회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나마 6명의 어른들에게 아이 하나의 구성원조차도 이루어지지 않겠지요.
어쩌면 머지않아 어린이날에 어린이는 특별히 참석하는 몇 안 되는 ‘귀빈석’에서나 보는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 날’이 될 수도 있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70대 자녀가 90대 부모님을 위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어버이날이 되지는 않을지, 아니 그보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불렀었던 시절이 과거에 있었노라는 그저 옛 이야기의 한 편으로 전해지지나 않을지도 모릅니다.
출산율의 감소는 이제 사회전반과 가정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 5월, 가정의 의미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지, 가정의 의미를 어떻게 이어가야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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