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효도
등록일 : 2018-04-15 20:20
kjmb****@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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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효도
공무원 퇴직 후 고향 해남군 계곡면 성진리에서 은퇴의 삶을 건강하게 보내는 박창배 씨에게 금년은 팔순이 되는 축복의 해다.
박창배 씨는 근면, 성실, 온화한 인품으로 지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어르신이다. 슬하에는 아들 둘에 딸 둘이 있다. 이들 사 남매는 결혼하여 모두 광주에서 우애 있게 살고 있다.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두루 화목한 가정이다.
경제적으로 큰 불편 없는 장남의 두 아들은 서울대 졸업하고 서울대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3월 10일 토요일 장남이 중심이 돼 아버지 팔순 잔치 조촐하게 가졌다.
사 남매 가족과 친척 조카들이 참석한 잔치였지만 평생 아버지와 해로해온 어머니는 참석하지 못했다. 중환자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장남이 운영하는 사업소 2층에 마련한 거처에서 4남매의 정성어린 병수발을 받으며 기약 없는 생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가 장남 사업소 2층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2017년 2월부터다. 조선대병원에서 3개월 간 입원하여 치료 했으나 큰 희망이 보이지 않아 퇴원한 뒤,
어머니를 위해 리모델링한 지금의 거처로 모신 것이다. 어머니께서 요양원에 가는 것을 죽는 것처럼 싫어하기 때문에 어머니를 편히 모시려는 자식들이 내린 결정, 효도다.
어머니는 40이 채 못 된 젊은 나이 때 동네 앞 논에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한 쪽 다리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끈질긴 생활력과 근면함으로 계속 농사일을 하셨다. 불편한 몸으로 일군 텃밭의 각종 푸성귀는 자식과 형제들에게 나눠주고 막상 자신은 검소했다.
자식과 남편 자랑에는 입을 막고, 형제 자식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보다 더 아파하신 어머니의 하루하루는 오직 자식과 남편과 형제들을 위해 희생하신 헌신적인 삶이었다.
어머니의 아픈 다리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퇴화돼 서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움직이지 못하니 몸은 더욱 쇠약해 졌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오직 강한 정신력과 그 보다 강한 모성의 힘으로 버텨온 몸이었으나, 결국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식들이 조선대병원에 입원시켰다. 자식들이 간병하고, 손녀가 기저귀 갈아주고, 사위가 보듬어 안아 옮겨 주고, 며느리가 음식 해 나르고, 막내여동생이 함께 자고, 자식 친구들이 찾아와 문병하고........어머니는 아프지만, 병실의 정경은 아름다웠다.
어머니의 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암 진단까지 나왔다. 폐암 말기다.
유일하게 남은 강한 정신력도 점점 총기가 사그라진다.
다시 시골집으로 갈 수는 없다. 광주 자식들의 집도 낮에는 사람이 없다. 모두 자기 일터가 있기 때문이다. 장남은 사업을 한다. 사업소는 차남이 업무를 총괄하고, 여동생이 경리를 맡고 있다. 막내는 공무원이다. 사위와 며느리도 직장이 있다. 이러한 자식들의 형편을 알고 있는 아버지는 요양시설로 모시라고 한다. 어머니의 결벽에 가까운 성격을 아는 자식들은 어머니가 가기 싫어하는 요양시설로 모실 수 없다고 한다.
장남이 결단을 내렸다. 동생들이 흔쾌히 동의 했다. 사업소 2층을 리모델링하여 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정한다. 낮에는 자식들이 수시로 들랑날랑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밤은 당번제로 자식들이 번갈아 가며 어머니를 모신다.
어머니는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 조선대병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검진 받고, 처방받아 온 약 복용한다. 아버지는 고향집 지키며 지역의 어르신 역할하시면서 광주로 오가신다. 장남 사업소 2층으로 거처를 옮겨 자식들의 병수발을 받은 후 어머니 얼굴이 밝아졌다. 행복해 하신다. 폐암 치료로 빠진 머리도 다시 난다. 병원에서도 놀란다. 폐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3개월 정도의 시한부로 진단을 하였는데, 1년이 넘고 4개월이 더 지났다. 장남을 중심으로 한 자식들의 정성어린 효도 덕일 것이다.
자식들의 효도에 고맙고 미안한 아버지 결연하게 말한다.
“ 할 만큼 했다. 고맙다. 이제 고생 그만 하고 시설로 모셔라.”
장남이 말한다.
“아부지 그런 말씀 마시오. 어머니 성격 모르시오. 시설로 가자는 말은 어머니 죽으라는 말하고 같지요. 그런 말씀 마시고 아버지까지 아프면 안 되니 아버지 건강 챙기세요.”
말없이 듣고만 있는 아버지에게 아들의 말은 이어진다.
“요즘엔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해요. 개나 고양이도 그런 맘으로 집에서 기르는데, 자식들 넷이 어머니 한 분 못 모시겠소?. 우리는 혼자 계신 아버지가 더 걱정이요.”
아버지는 말이 없고, 옆에서 듣는 막내 이모 눈물을 닦는다.
아버지는 시골로 가시고, 자식들의 병 수발은 이어진다.
똥오줌 가려 치우고, 귀저기 갈아주고, 목욕시키고, 양치질 해주고, 도란도란 이야기 해주고, 눈 코 뜰 새 없는 며느리 수시로 음식 해 나르고, 휴일에는 고향집에 모시고 다녀오는 등 정성 다한 병수발 한결같다. 힘들다고 불편해 하는 자식 하나 없다. 더 잘하고 좀 못하는 자식으로 구분할 수 없다. 모두 효자다.
입으로 하는 효자 많은 세상이다. 소문만 들어보면 다 효자 같지만, 내면을 알면 실망인 경우들이 많다. 노인들의 삶이 외로운 이유다.
박창배 씨의 자식 사 남매는 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마음과 몸이 하나 되어 정성껏 행동할 뿐이다. 몸으로 실천하는 사 남매의 효도는 소문나도 좋다.
공동책임 무책임이라는 말이 있다. ‘나 안 해도 다른 누가 하겠지’ 모두 이런 생각으로 할 일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것도 안 되는 경우를 두고 이른 말이다. 가정에서도 이런 일 많다. 할 일 서로 미루다 보면 형제간은 불화하고 부모님은 더욱 힘들게 되는 경우 주변에 흔하다. 그들도 입으로는 효자다.
박창배 씨의 자식들은 어머니 병수발을 다른 누구에게 미루지 않는다.
서로 내 일처럼 한다. 마치 서로 잘 하려고 시샘 내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눈물 나는 감동이다. 말만 앞서는 효자 많은 세상에 사 남매는 진정한 효를 실천하는 참 효자다. 큰 상 받아야 할 효자다.
사 남매의 참 효도, 이 땅의 자식들에게 귀감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