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동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

우종훈 기자 입력 2022-06-09 19:06:40 수정 2022-06-09 19:06:40 조회수 1

(앵커)

1년 전 대낮에 철거 건물이 무너져

버스에 타고 있던 아홉명의 시민들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광주에선 학동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추모식이 열렸는데요.



단순 행사뿐이 아니라 그들의 희생이 남긴 문제들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우종훈, 임지은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기자)
철거가 한창이던 재개발 구역의 건물이

달리던 시내버스 위로 무너져 내립니다.



허술한 가림막은 있으나 마나였고,



쏟아진 콘크리트 잔해에 도심은 삽시간에 먼지로 뒤덮입니다.



어머니 병문안을 가려던 딸,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주려던 어머니 등 아홉명에겐

일말의 저항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묵념"



1년 전 사고 발생 시각에 맞춰 희생자들의 넋이 기려집니다.



도로를 가득 메웠던 건물 잔해와 부서진 버스는 보이지 않지만

남겨진 이들의 시간은 그날에 멈췄습니다.



학동 참사 7개월 만에 발생한 화정동 참사는

가족들을 다시 극도의 우울감에 빠트렸습니다.



* 이진의 / 학동 참사 유가족 대표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분들을 안아주고 싶고,
만지고 싶고, 상처난 곳을

언제까지고 어루만져주고 싶습니다."



가족의 아픔은 그대로인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연이은 참사에도 기존 사업을 순탄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조합원을 중심으로 교체 요구가 있기도 했지만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은 현대산업개발이 계속할 전망이고,



학동 참사 책임을 묻는 영업정지 8개월 행정처분은

과징금 4억원으로 대신할걸로 보입니다.



이달 결심 공판을 마치고

다음달 선고가 예상되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재판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 기우식 /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

"진정한 사과와 반성도 없이 결국 기업의 이윤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런 기업은 업계에 남겨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검토중인 추모일 지정과 추모 공원 조성 논의는

대형 참사 재발을 막겠다는

광주시의 의지를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어서 임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학동과 화정동에서 잇따른 참사에

광주시는 부실 공사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단가 후려치기'의 배경이 됐던

'불법 재하도급'이 꼽혔는데요.



광주시가 척결을 외쳤던

불법 재하도급 문제가 과연 개선됐는지 살펴봤습니다.



두 참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

주요 사고 원인으로 함께 지목된 건 불법 재하도급과

원청의 업무 태만이었습니다.



화정동 참사 후 광주시가 불법 재하도급 등 부실 공사 척결을 외친 이윱니다.



* 이용섭 / 광주광역시장 (2022년 2월 24일)

"그동안 여러 법령에 따라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안전 관리 업무를 전담 조직이 컨트롤 타워를 함으로써."



이후 광주시는 지난 3월부터 80여일 동안

특별 점검반을 꾸려 광주 아파트 신축 현장 140곳을 살폈습니다.



지적된 위반사항은 안전시설 설치 미흡과 감리원 배치 문제.



모두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안이지만

정작 중요한 재하도급 문제는 점검된 것도 적발된 것도 없습니다.



광주시는 민간 공사의 내용을 세세히 살필순 없다며

문제가 발생하고 수사가 이뤄져야 드러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 김일곤 / 광주시 건설행정과 팀장

"이게 관에서 인허권자들이 그걸 또 확인할 수 있는
사항도 강제 사항이 없습니다.

실질적인 문제가 되고 나면
수사 기관에서 수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거죠."



실제 학동과 화정동 참사 외에

광주에서 불법 재하도급으로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는데,

건설 현장에서는 불법 재하도급이 여전히 만연하다고 말합니다.



최근 노동자 한명이 펌프차 붐대에 깔려 숨진

북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사고에서도

불법 재하도급 의혹이 불거진만큼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겁니다.



* 이준상/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위원장

"그런 문제들을 덮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비용이 싸게 적용되니까

그런 것들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거죠."



전문가는 단기간에 여러 현장을 다니는

일정으론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질 수 없다며,



법령이 없어서 적발하지 못했다는 건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합니다.



* 최명기 

"광주 학동이 됐든 화정동이 됐든
다 민간공사에서 사고가 발생이 됐던 거거든요.
계속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또 다른 현장에서는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광주시가 선포한 부실 공사를 척결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더욱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MBC 뉴스 임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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